동식물 이야기

소와 자기장, 그리고 동물들의 미스터리한 나침반

Egaldudu 2025. 5. 12. 20:28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목차

1. 소는 왜 남북 방향으로 서 있을까?
2. 연구의 주요 내용 
3. 그렇다면, 소는 왜 자기장을 감지할까? 
4. 확실히 밝혀진 동물들의 자기장 감지 사례
5. 마무리하며

 

소는 왜 남북 방향으로 서 있을까?

2008, 독일과 체코의 과학자들이 구글어스(Google Earth)의 위성 이미지를 분석한 흥미로운 연구가 있었다. 이들은 전 세계 다양한 지역에 풀을 뜯고 있는 8,510마리의 소를 조사했는데, 놀랍게도 대부분의 소들이 북쪽과 남쪽 방향으로 정렬되어 있었다.

 

이 연구는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발표되었으며, 전 세계적으로 일관된 이 현상은 과학자들 사이에 큰 화제가 되었다.

 

연구의 주요 내용

구글어스의 고해상도 위성사진을 통해 전 세계 여러 대륙에 흩어져 있는 소들을 관찰한 결과, 풀을 뜯거나 쉬고 있을 때 일관되게 남북 방향으로 정렬되어 있었다. 연구진은 이를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지구자기장을 감지하는 능력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했다. 놀랍게도 이 현상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소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사슴 역시 남북 방향으로 정렬되는 것이 관찰되었고, 심지어 휴식할 때도 이 방향성을 유지했다. 연구진은 지구자기장이 교란되는 지자기폭풍(geomagnetic storm)이 발생하면 소와 사슴의 방향 정렬이 무작위로 바뀌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 사실은 자기장의 변화가 이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강력한 증거였다.

 

그렇다면, 소는 왜 자기장을 감지할까?

이 연구가 발표된 이후 많은 학자들이 이 현상을 해석하려 했지만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일부 학자들은 소가 자기장을 통해 주변지형을 기억하거나 방향감각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또 다른 가설로는 풀을 뜯는 동선이 일정한 방향을 유지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인다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설들은 명확한 실험적 증거가 부족한 상태다. 분명한 것은, 소가 남북 방향을 선호하는 행동이 무작위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확실히 밝혀진 동물들의 자기장 감지 사례

소처럼 그 이유가 불명확한 경우도 있지만, 지구 자기장을 활용하는 능력이 잘 알려진 동물들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철새들은 장거리 이동 중 자기장을 감지해 북쪽과 남쪽을 정확히 구분하며 길을 찾는다. 이 능력은 눈에 존재하는 크립토크롬(Cryptochrome)이라는 단백질 덕분인데, 이 단백질이 자기장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감지하게 해준다.

 

— 바다거북도 자기장을 이용하는 동물 중 하나다. 바다거북은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한 후에도 정확하게 태어난 해변으로 돌아온다. 이는 지구자기장의 미세한 변화를 기억하고 길을 찾는 본능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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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도 자기장을 나침반 삼아 산란지로 돌아간다. 바다에서 수천 킬로미터를 헤엄쳐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정확하게 되돌아오는 모습이 관찰된다.

 

더 흥미로운 것은  자기세균(Magnetotactic Bacteria)이라는 박테리아조차도 지구자기장을 이용해 최적의 서식지로 이동한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세포 내에 자철석(Magnetite)을 가지고 있어서 자기장의 방향을 따라 이동한다.

 

마무리하며

소가 왜 남북 방향으로 정렬하는지, 그리고 그 능력을 어디에 활용하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다른 여러 동물들에게 있어서 자기장 감지능력은 그들의 중요한 생존 메커니즘 중 하나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인간과 가까운 소조차 지구의 보이지 않는 힘을 나침반처럼 활용한다는 사실은 새삼 자연의 경이로움을 되새기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