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이 뱀 부리는 사람(주술사) 앞에서 몸을 들어 올리고 좌우로 흔들리는 장면은 마치 음악에 반응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이 움직임은 음악에 대한 끌림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뱀은 귀가 없다
뱀은 사실 완전히 귀머거리에 가깝다. 뱀에게는 외이(Outer Ear)가 없을 뿐만 아니라, 고막(Eardrum)이나 중이(Eustachian Tube)도 존재하지 않는다. 즉, 일반적인 소리의 진동을 감지할 수 있는 구조가 없다.
대신 뱀은 지면의 미세한 진동을 매우 정밀하게 감지할 수 있다. 저주파 음파가 지면을 통해 전달되면, 이 진동이 아래턱을 타고 내이(Inner Ear)로 전해진다. 이것이 뱀의 독특한 '청각' 방식이다. 이를 통해 소리를 직접 듣기보다는 진동을 통해 환경을 파악하는 셈이다.
음악이 아닌 시각적 반응
주술사의 앞에 선 코브라가 몸을 곧게 세우고 피리의 움직임에 맞춰 좌우로 흔들리는 이유는 음악 때문이 아니다. 뱀은 주술사의 손과 피리의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추적한다.
코브라는 외부의 자극이나 위협을 느낄 때 본능적으로 몸을 세우며 경계 태세를 취한다. 피리의 진동이 아니라 피리의 흔들림과 사람의 손짓에 반응하는 것이다. 즉, 뱀은 시각적 자극을 통해 주술사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것이다.
뱀은 음악을 듣지 못한다
뱀은 피리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피리와 사람의 움직임을 눈으로 보고 반응한다. 뱀 부리는 사람이 리듬에 맞춰 손을 흔들고 피리를 움직이면, 뱀은 이를 위협으로 간주하고 시각적으로 추적하며 흔들리는 것일 뿐이다.
따라서, 뱀을 피리소리로 춤추게 한다는 전통적인 믿음(?)은 사실이 아니다. 이는 단순히 시각적 반응과 본능적인 방어기제가 만들어낸 본능적 리액션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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