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이야기

제비집 요리, 정말 제비집을 먹는 걸까?

Egaldudu 2025. 5. 22. 17:55

제비집 (출처: 픽사베이)

목차

1. 진짜 제비집은 무슨 맛일까?
2. 제비집이 아니라 칼새의 둥지 
3. 생명을 건 채취
4. 버드하우스

 

 

진짜 제비집은 무슨 맛일까?

우리가 종종 마주치는 제비는 물가 근처에서 진흙을 입에 물고 날라와 벽이나 처마 밑에 둥지를 짓는다. 진흙 사이사이에 마른 풀이나 깃털을 섞고, 자기 침으로 단단히 붙여가며 하나씩 쌓아올린다. 그래서 제비집은 겉보기엔 단단하고 깔끔해 보여도 속은 온통 흙과 잡동사니가 엉겨 붙은 구조다.

 

그런데 이걸 식재료로 쓴다고 한번 생각해보자? 실제로 먹는 건 아니지만 상상만으로도 입 안 가득 흙 냄새가 퍼지는 느낌이 들것이다.

 

제비집이 아니라 칼새의 둥지

칼새의 천연 둥지, 코랑녹(‘제비집 섬’), 태국

By Asean5 - Own work, CC BY-SA 3.0

 

깨끗이 정리한 식용 제비집(칼새의 둥지)

By Ediblebirdsnest - Own work, CC BY-SA 4.0

 

제비집이라는 이름으로 유통되는 식재료는 사실 제비 둥지가 아니라 칼새의 것이다칼새는 동남아시아 동굴이나 해안 절벽에 서식한다.

 

번식기가 되면 칼새의 침샘은 눈에 띄게 부풀어 오른다. 이 시기에 칼새는 날마다 바위벽면 같은 둥지 자리로 날아와 머리를 고정시키고, 부리 끝에서 끈적한 점액을 흘려내며 천천히 벽에 찍어 붙인다.

 

이 점액은 공기와 닿으면 빠르게 굳으며, 하루에 몇 밀리미터씩 쌓이 형태를 이룬다. 이 과정을 수일 또는 수주에 걸쳐 반복하면 얕은 접시 모양의 단단한 구조물이 형성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제비집이라 부르는 식용 칼새 둥지다.

 

생명을 건 채취

칼새의 둥지는 대개 깎아지른 절벽이나 깊은 동굴 벽면에 붙어 있다. 이곳에서 둥지를 수확하는 작업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고된 노동이다. 밧줄 하나에 의지해 수십 미터 절벽을 오르내리며, 미끄러운 바위 틈에서 둥지를 손으로 떼어낸다. 이 과정에서 매년 사망 사고가 발생한다는 보도도 있다.

 

이러한 수확은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왔지만, 칼새의 번식 실패개체 수 감소로 인해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버드하우스

인도 안다만 제도에 서식하는 swiftlet(칼새의 일종)의 인공번식 구조물

By Dr. Raju Kasambe-Own work, CC BY-SA 4.0

 

최근에는 ‘swiftlet house’라 불리는 인공 구조물이 널리 도입되고 있다. 이 구조물은 칼새가 스스로 들어와 둥지를 틀 수 있도록 동굴과 유사한 환경을 인공적으로 조성한 공간이다.

 

둥지는 번식주기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일정 시기에 수확되며, 이 방식은 절벽이나 동굴에서 이루어지던 전통적인 채취방식에 비해 작업자의 안전을 높이고, 서식지 파괴와 개체 수 감소 같은 환경문제를 완화하는 데에도 기여하고 있다.

 

자연산에 비해 품질 논란은 존재하지만, 환경보호와 노동안전 측면에서는 점차 주요한 생산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