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은 흔히 느리고 둔한 동물로 여겨진다. 몸을 보호하는 두꺼운 껍질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약 2억 2천만 년 전부터 존재해 온 이 파충류는 겉보기와는 달리 생존을 위한 다양한 감각과 정교한 신체 능력을 갖추고 있다. 자기장을 인식하고, 자외선을 감지하며, 깊은 바다로 잠수하는 능력 등, 거북은 결코 단순한 생물이 아니다. 이 글에서는 거북이 지닌 주요 생물학적 특징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1. 넓은 스펙트럼을 보는 시력
거북은 인간보다 더 넓은 빛의 영역을 감지할 수 있다. 자외선과 적외선을 포함해 네 가지 색 수용체를 갖춘 이들의 눈은, 특히 바다거북(Chelonia mydas)에게 야간의 환경 인식과 먹이 탐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뛰어난 시력은 인공조명에는 몹시 취약하다. 특히 해안조명은 암컷 거북의 산란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부화한 새끼들의 방향 감각을 교란시켜 이들을 바다와 반대방향으로 이끈다.
2. 지구 자기장을 감지하는 능력
바다거북은 지구 자기장을 감지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 능력은 ‘자기감각(magnetoreception)’이라 불리며, 지구 자장의 방향, 강도, 기울기 같은 정보를 일종의 좌표처럼 인식하는 것이다. 이 감각은 바다거북뿐 아니라 철새와 연어 같은 동물에게서도 발견되며, 긴 거리를 이동하는 데 필수적인 내비게이션으로 작용한다.
3. 정교한 후각 체계
후각은 거북에게 매우 중요한 감각 중 하나다. 일례로 인도양의 세이셸에 서식하는 ‘알다브라 자이언트 거북 (Aldabrachelys gigantea)’은 냄새를 통해 먹이, 산란 장소, 짝을 찾아낸다. 이들은 1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거리에서도 물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다거북 역시 먹이나 짝을 찾을 때 예민한 후각을 활용한다. 이들은 아랫턱과 목의 씹기 동작과 펌프질하는 듯한 움직임을 통해 냄새 입자를 감지한다.
4. 수중에서의 민첩한 유영
By U.S. Fish and Wildlife Service Southeast Region, Public Domain
장수거북(Dermochelys coriacea)은 파충류 중 가장 빠른 수영 속도를 기록한다. 유선형 몸체와 강한 지느러미를 바탕으로 시속 35km에 달하는 단거리 유영이 가능하며, 이는 포식자 회피와 장거리 이주에 결정적인 도움이 된다.
5. 깊고 오랜 잠수 능력
장수거북은 1,000m 이상 깊이로 잠수할 수 있으며, 상황에 따라 최대 7시간 이상 숨을 참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이는 유연한 등껍질, 낮은 심박수, 산소 저장 구조 등 여러 생리학적 적응의 결과로, 심해에 서식하는 젤리류를 사냥하거나 포식자를 피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한다.
6. 예외적인 장수
거북은 전반적으로 수명이 긴 생물이지만, 특정 종은 100세를 훌쩍 넘기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알다브라 자이언트 거북은 150년 이상 생존할 수 있으며, 현재까지 가장 오래 산 기록은 세인트헬레나 섬에 사는 “조너선(Jonathan)’이라는 이름의 거북이다.
1832년에 부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조너선은 192년이 넘은 지금도 살아 있으며, 이는 생물학적으로 매우 희귀한 기록이다. 거북의 장수는 느린 대사율과 세포 손상 억제 기전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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