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이야기

조류대번식(algal bloom), 녹조라테의 원인과 위험

Egaldudu 2025. 5. 23. 16:23

조류대번식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1. 물빛이 이상하다 싶을 때 벌어지는 일

늦여름, 강이나 호수 수면 위에 퍼진 초록빛 덩어리를 보면 사람들은 흔히 이렇게 말한다. "물이 좀 더럽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미관을 해치는 문제를 넘어서, 생태계와 인간 건강 모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류대번식(algal bloom) 현상이다.

 

조류대번식은 수중에 서식하는 조류(algae)의 개체 수가 비정상적으로 급격히 증가하면서 발생한다. 이 현상은 수질을 악화시키고, 독소를 발생시키며, 때로는 해양 생물과 사람에게도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

 

2. 조류는 원래 나쁜 것이 아니다

조류는 태양빛을 이용해 광합성을 수행하는 단세포 수생생물이다. 이들은 이산화탄소와 물을 에너지로 바꾸어, 물속 생태계에 산소를 공급하고 다른 수생생물에게 먹이가 되는 등 핵심적인 생태계 기능을 수행한다.

 

많은 조류는 담수와 해수 양쪽에서 발견되며, 대부분은 무해하다. 문제는 이 균형이 무너질 때, 즉 조류가 대량으로 증식해 수면을 뒤덮는 수준으로 번식할 때 발생한다.

 

3. 왜 조류가 갑자기 많아지는가

조류대번식의 가장 큰 원인은 영양염류(nutrients)의 과잉공급이다. 특히 질소(nitrogen)와 인(phosphorus)은 조류의 주요 먹이로, 농지에서 흘러나온 비료성분이 강이나 호수로 유입되면서 조류의 급속한 증식을 유도한다. 하수 및 산업폐수 역시 유사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 역시 대부분의 농지와 하천이 인접해 있어 비가 온 뒤 논밭에서 흘러든 유출수가 강이나 저수지로 바로 유입되기 쉬운 구조다. 유속이 느리고 체류시간이 긴 수역에서는 이 영양소가 조류의 먹이로 작용해 대량번식을 유도하기 좋다.

 

이와 함께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 햇빛 증가, 장기간의 저풍속 상태(바람 없음)도 조류 성장에 유리한 조건을 만든다. 물이 흐르지 않고 고요할수록 조류는 수면 위로 떠올라 두껍고 밀도 높은 층을 형성하게 된다.

녹조라테와 청둥오리 (이미지 출처: pexels)

4. 해로운 조류의 세 가지 유형

조류대번식이 모두 유해한 것은 아니지만, 특히 세 가지 조류 유형은 환경과 인간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 흔히 청록색 조류(blue-green algae)로 불리며, 담수와 해수 모두에서 자란다. 세균의 일종이지만, 대량 증식할 경우 독소를 분비해 야생동물, 가축, 사람에게 유해할 수 있다.

 

  와편모조류(dinoflagellates): 편모(flagella)를 이용해 이동하는 미세조류로, 주로 바닷물에서 자란다. 일부는 바닷물을 붉거나 갈색으로 변색시키는 적조(red tide)를 유발하며, 독소를 방출하기도 한다.

 

  규조류(diatoms): 마찬가지로 바닷물에서 번식하는 미세조류이며, 특정 조건에서 수역을 착색시키거나 생물 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이들 중 일부 조류는 열에 안정적인 독소를 생성해, 끓이거나 조리해도 제거되지 않기 때문에 해산물 섭취를 통한 간접 피해도 우려된다.

 

5. 물의 색이 변할 때 의심해야 할 것

조류는 생태계의 핵심 구성원이지만, 사람이 만들어낸 환경변화에 의해 그들이 감당할 수 없는 속도로 증식하게 되면 유해 현상으로 전환된다녹조나 적조를 단순히 '더러워 보이는 물' 정도로 여기지 말아야 한다. 그 현상 뒤에는 농업, 산업, 도시화, 기후변화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유속이 느린 강이나 저수지처럼 물이 고이기 쉬운 환경에선 조류가 표면에 밀집해 밀도 높은 대번식 상태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비료성분이 하천으로 쉽게 유입되는 구조에서 여름철 고온과 강우 이후 조류의 급속한 증식은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결국 조류대번식은 수생 생태계가 보내는 위험 신호이며, 우리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경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