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세상을 이해하고 예측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사실 우리의 인식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블랙 스완은 바로 이 한계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즉,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영역, 기존의 데이터로 설명할 수 없는 사건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불확실성의 은유, 블랙 스완
1697년 네덜란드 탐험가 윌리엄 드 블라밍(William de Vlamingh)이 호주 서부에서 블랙 스완을 발견했다. 이것은 당시 서구인들의 세계관 속에서는 불가능한 존재의 출현이었다. 이 발견은 이후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것이 실제로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이후 블랙 스완은 예외적이고 극히 드문 사건의 은유가 되었다.
우리의 사고체계는 과거 경험과 반복된 패턴에 기반하여 작동한다. 그러나 블랙 스완의 존재는 그러한 규칙성을 파괴한다. 문제는 우리가 ‘확실함’을 추구하며 비슷한 경험만 반복해 학습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결국 우리가 구축한 예측 시스템은 예외적인 사건을 포착하지 못하며, 그 결과 발생하는 충격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탈레브와 블랙 스완의 정의
경영 분야에서 블랙 스완 개념이 본격적으로 주목받은 것은 2007년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Nassim Nicholas Taleb)의 저서 『블랙 스완, The Black Swan』 덕분이다. 탈레브는 블랙 스완을 “매우 희박한 확률로 발생하지만, 한번 일어나면 사회와 경제, 정치 전반에 엄청난 충격을 주는 사건”으로 정의했다.
그는 우리가 경험과 데이터에 의존해 구축한 복잡한 예측 모델이 이런 극단적인 사건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즉, 과거를 분석하는 데서 얻은 지식이 미래를 완벽히 예측하지 못하며, 인간의 인지적 한계와 정보의 불완전성이 예측 불가능성을 낳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블랙 스완의 대표적 사례들
그 대표적인 예로 2001년에 발생한 9·11 테러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를 들 수 있다. 특히 9.11 테러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큰 충격과 트라우마를 안겨 주었고, 기존의 국가 안보 시스템과 정보기관들의 한계를 드러냈다.
수십 년간 쌓아온 대테러 예측과 대비 시스템이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리며, ‘예측 불가능한 위기’가 현실임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브렉시트 역시 기존의 유럽 정치 지형과 경제 체제를 뒤흔든 예상밖의 결과였다.
블랙 스완과 현대 사회의 대응
탈레브는 블랙 스완 사건이 발생할 확률은 극히 낮지만 그 파급력은 대단히 크다고 경고한다. 이 점에 대해서 현대 사회는 예측 불가능한 사건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에 직면한다.
과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통계와 모델링만으로는 미래의 위험을 완벽히 통제할 수 없다. 불확실성은 이제 상수가 되었다. 중요한 것은 그 한계를 받아들이고, 언제든 닥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하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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