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이야기

거짓말을 하는 새, 드롱고(Drongo)의 전략

Egaldudu 2025. 6. 22. 20:19

검은 드롱고(black drongo)

By Tisha Mukherjee,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의외의 거짓말쟁이

사막 한가운데, 미어캣이 한창 사냥에 몰두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서 날카로운 경고음이 울린다. 포식자가 나타났다고 착각한 미어캣은 도망친다. 남겨진 먹이는 누군가의 차지가 된다. 그 누군가, 바로 드롱고(Dicrurus), 일명 바람까마귀다. 이 까만 새는 단순한 포식자가 아니라, 전략적 기만의 달인이다.

 

드롱고는 어떤 새인가?

드롱고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오세아니아에 서식하는 까마귀 크기의 조류, 주로 곤충을 먹고 산다. 검은 깃털과 포크 모양의 꼬리, 그리고 특출난 소리 모방 능력을 가진 이 새는 생존을 위해 '말장난'을 구사하는 새로 과학계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거짓 경고의 기술

드롱고가 사용하는 핵심 전략은 바로 거짓 경고음(false alarm call)이다. 이 새는 주변 동물들이 사냥하거나 먹이를 찾고 있을 때 '포식자가 온다!'는 경고음을 흉내내어 그들을 쫓아낸다. 이 소리에 속은 동물들이 먹이를 버리고 달아나면, 드롱고는 그 먹이를 가로챈다.

 

하지만 단순한 반복은 아니다. 드롱고는 한 가지 신호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냥 대상이 잘 듣는 경고음을 선택적으로 골라 낸다. 이는 단순한 반사행동이 아닌, 의도적 판단과 실행이 필요한 고차원적 행위다.

 

드롱고가 미어캣을 경고음으로 속이고 먹이를 가로챈다

 

과학자들의 확인

드롱고의 이러한 행동은 과학적으로도 입증되었다. 2011년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행동생물학자 톰 플라워(Tom Flower) 박사팀은 보츠와나에서 드롱고의 행동을 관찰했다. 그 결과, 이 새는 주변 동물들의 경고음을 40가지 이상 정확히 흉내낼 수 있으며, 거짓말이 들통나면 즉시 다른 경고음으로 바꿔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구자들은 이 행동을 전략적 기만(strategic deception)’이라고 명명했다. 이는 동물 행동학에서도 고등 인지능력의 징후로 간주된다.

 

단순한 흉내쟁이가 아니다

많은 동물이 위장을 하고, 모방을 통해 살아남는다. 하지만 드롱고는 다르다. 다른 동물의 행동을 예측하고, 기회를 탐색하고, 거짓 정보를 제공해 행동을 유도한다. 이것은 단순한 본능이 아니라, 학습과 판단, 맥락 인식이 수반되는 '거짓말'에 가까운 기술이다.

 

마무리하며

드롱고는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파악하고 다른 동물의 행동을 활용하는 정교한 전략적 행동을 보이는 새다. 그의 행동은 단순한 흉내내기를 넘어 인지적 유연성과 학습능력의 가능성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