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는 물과 함께 살아가는 대표적인 동물로 알려져 있다. 논, 연못, 습지처럼 물이 풍부한 환경에서만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지구상에는 그 고정관념을 뒤엎는 개구리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사막 한가운데, 극단적인 건조함 속에서도 놀라운 적응력을 보여준다.
소노라 사막의 삽발개구리
By Clinton & Charles Robertson from USA, CC BY-SA 2.0, wikimedia commons.
북아메리카 남서부에 펼쳐진 소노라 사막(Sonoran Desert)은 연중 대부분 극심한 건조와 높은 온도를 견뎌야 하는 지역이다. 그런데 이 척박한 땅에도 개구리가 산다. 바로 삽발개구리(Spadefoot Toad)다. 이들은 Scaphiopus 또는 Spea 속에 속하는 양서류로, 뒷다리 발가락에 삽처럼 생긴 돌기가 특징이다.
삽발개구리는 이 삽발을 이용해 스스로 깊은 굴을 판 뒤, 지하에 숨어 수개월에서 최장 10개월까지 건기를 견딘다. 단순히 굴을 파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피부에서 점액을 분비해 스스로를 감싸며 체내 수분 손실을 최소화한다. 사실상 반수면 상태로 긴 시간 생명력을 유지하는 고도의 생존전략을 구사하는 셈이다.
그러다 사막에 단비가 내리면 삽발개구리는 곧바로 깨어난다. 빗방울 소리 하나면 충분하다. 남은 시간은 단순하다. 먹이 섭취와 번식, 이 두 가지에만 집중한다. 하룻밤 동안 사막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개구리들의 합창이 끝나면, 잠시 고인 웅덩이에 재빠르게 알을 낳고, 다시 사라진다.
남아프리카 해안 사막의 사막비개구리
By Dylan Leonard, CC BY-SA 4.0, wikimedai commons.
소노라 사막보다 더 극단적인 환경도 있다. 남아프리카의 나미브 해안 사막은 사실상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지역이다. 이곳의 수분 공급원은 오직 바다에서 올라오는 안개뿐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도 살아가는 개구리가 있다. 바로 사막비개구리(Breviceps macrops)다. 이들은 피부를 통해 공기 중의 응결된 수분을 흡수하며 살아간다. 말 그대로 '안개를 마시는 개구리'다.
더욱 독특한 점은 번식 방식이다.
사막비개구리는 일반적인 개구리처럼 물속에 알을 낳지 않는다. 대신 암컷은 모래 위에 알을 낳고, 그 위를 수정되지 않은 알층으로 덮어 수분 증발을 막는다. 이러한 보호막 덕분에 알이 마르지 않고 안전하게 부화한다.
놀라운 사실은, 이 개구리들은 올챙이 시기 없이 곧바로 작은 개구리 형태로 태어난다, 이를 '직접발생(direct development)'이라 한다. 이는 극한환경에 특화된 생존 전략으로, 물이 없어도 번식을 이어갈 수 있게 해준다.
물이 없으면 정말 개구리도 없을까?
개구리는 기본적으로 물에 의존하는 동물이다. 다만, 그 물이 항상 연못이나 강처럼 눈에 보이는 형태일 필요는 없다. 일부 개구리는 지하수, 대기 중의 안개, 일시적인 강우를 통해 필요한 수분을 확보한다.
삽발개구리와 사막비개구리는 이러한 방식으로 건조한 환경에서도 서식한다. 이들은 물이 극히 제한적인 지역에서도 각기 다른 전략을 통해 번식을 이어간다.
결론적으로 개구리는 물 없이 살 수 없지만, 물의 공급 방식과 환경에 따라 다양한 적응이 가능하다. '물이 없으면 개구리도 없다'는 전제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그 물의 형태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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