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선택에는 이유가 있다
여름이면 꼭 이런 말이 나온다.
“모기가 나만 무는 거 같아”
단순한 기분 탓 같지만, 실제로 모기는 특정한 사람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 이유는 과학적으로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2. 확실한 사실: CO₂는 모기를 부른다
가장 확실하게 밝혀진 사실 중 하나는 ‘이산화탄소(CO₂) 배출’이다. 모기는 사람이나 동물이 내쉬는 CO₂를 감지해 숙주의 위치를 파악한다. 이는 단순한 가설이 아니라, 유전자 수준에서 감지 메커니즘이 규명된 과학적 사실이다.
숨을 많이 쉬거나, 체중이 많거나, 운동 직후 숨이 가쁜 사람은 더 많은 CO₂를 배출하기 때문에 모기에게 더 쉽게 노출된다. 이는 다양한 실험과 논문에서 일관되게 확인되었다.
3. 비교적 확실한 근거: 체온과 땀냄새
모기는 열과 습도에도 강하게 반응한다. 체온이 높거나,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은 모기에게 더욱 ‘매력적인 목표물’이 된다. 땀 속의 젖산(lactic acid) 같은 카복실산류 물질은 모기의 후각을 자극하는 주요 요소로 꼽힌다. 운동 직후, 열이 많은 사람, 임산부는 실제로 모기에 잘 물린다는 일관된 경향이 있다.
4. 아직은 추정 단계: 피부 미생물과 체취
최근 흥미로운 연구들은 피부에 사는 미생물(박테리아)가 분비하는 냄새 성분이 모기의 선호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한다.
예를 들어, 2022년 Cell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피부 미생물의 조합이 일정한 사람은 유난히 모기에 많이 물리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이 분야는 아직 복잡한 변수와 재현성의 문제가 있어, “확실하다”기보다는 가능성이 높다는 정도로 받아들이는 게 맞다.
5. 논란 중인 요소: 혈액형
“모기는 O형을 좋아한다”는 말은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일부 연구에서 O형이 더 자주 물렸다는 결과가 있지만, 다른 연구에서는 유의미한 통계적 차이를 확인하지 못했다. 즉, 혈액형과 모기 선호도 사이의 인과관계는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흥미로운 가능성으로 제기되고는 있지만, 과학적으로 확정된 사실은 아니다.
6. 결론: 모기가 좋아하는 사람은 실제로 있다
정리하자면, 모기가 특정한 사람을 더 자주 무는 건 사실이다. 그리고 그 이유 중 일부는 이미 명확히 규명된 과학적 사실이며, 또 다른 일부는 유력한 가설 단계에 있다.
- CO₂, 체온, 땀냄새 → 확실한 유인 요소
- 피부 미생물, 체취, 혈액형 → 아직 검증 중인 요소
따라서 ‘모기가 나만 무는 거 같다’는 느낌은 단순한 기분이 아니라, 생리학적 특성과 환경 요인이 결합된 과학적 현상일 수 있다. 모기의 세계에도 ‘취향’은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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