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환경지리 이야기

세상에 단 4개, '왕 없는 군주제' 공국과 대공국 이야기

Egaldudu 2025. 6. 25. 01:31

지도로 보는 3개의 공국와 1개 대공국 (by Egaldudu)

군주제라면 먼저 왕이나 여왕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세계에는 그 통념을 비껴가는 국가들도 있다. '왕 없는 군주제 국가'라는 독특한 체제를 가진 네 곳, 바로 공국과 대공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이다. 규모는 작지만 모두 국제사회에서 엄연한 독립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서론: 공국과 대공국, 다른 군주제의 흔적

유럽의 봉건 질서 속에서 '(Prince)', '대공(Grand Duke)'이라는 칭호는 왕보다 한 단계 낮지만, 때로는 독립적인 군주국의 상징으로 사용됐다. 그렇게 탄생한 공국과 대공국들은 왕국 없이도 고유의 군주제를 유지하며 오늘날까지 명맥을 이어왔다.

 

1. 모나코(Monaco), 도시국가의 끝판왕

2015 년 부활절, 모나코 전경

By Villy Fink Isaksen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지중해 연안, 프랑스 리비에라 해안에 자리한 모나코는 겨우 2.08㎢ 크기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작은 나라다. 인구는 약 4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 작은 공국은 13세기 제노바 출신 그리말디 가문의 프랑수아 그리말디가 요새를 점령하며 실질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수 세기에 걸쳐 프랑스와의 미묘한 관계 속에서도 독립을 유지했다.

 

모나코의 군주는 '(Prince)'으로, 현 군주 알베르 2세는 왕이 아닌 '모나코 공'이다. 카지노와 부유층의 본거지로 널리 알려졌지만, 그 이면에는 작은 도시국가의 독립과 군주제가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

 

2. 리히텐슈타인(Liechtenstein), 알프스 속 조용한 공국

리히텐슈타인의 수도 파두츠 전경

By Diego Delso,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사이, 알프스 산맥 깊숙한 곳에 위치한 리히텐슈타인은 면적 약 160, 인구는 약 4만 명 남짓이다.

 

1719, 신성로마제국 황제가 리히텐슈타인 가문의 영지를 공국으로 승격시키면서 지금의 리히텐슈타인이 탄생했다. 현 군주 한스 아담 2세 '리히텐슈타인 공'이라는 직함을 사용한다.

 

국토는 좁지만 금융과 세제 혜택으로 국제적 주목을 받으며, 중립과 독립을 동시에 지켜온 알프스의 작은 군주국이다.

 

3. 안도라(Andorra), 공동 군주제의 산물

안도라의 수도 안도라라베야 북쪽에서 바라본 전경

By Tiia Monto,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프랑스와 스페인 사이 피레네 산맥에 둘러싸인 안도라는 약 468㎢ 면적에 8만여 명이 살고 있다.

 

이 나라의 독특한 체제는 1278년 체결된 파레아지 조약(Paréage)에서 비롯됐다. 프랑스 영주와 스페인 우르헬 주교가 이 지역의 통치권을 두고 분쟁을 종결하며, 두 사람이 공동 군주로 다스리는 체제를 공식화한 것이다.

 

지금도 안도라는 '공국'이며, 두 군주는 프랑스 대통령과 스페인 우르헬 주교. 이들은 법적으로 '안도라 공(Prince of Andorra)'이라는 직함을 가지며, 상징적 국가원수 역할을 수행한다. 혈통 귀족 대신 현대의 정치·종교 지도자가 군주가 되는 독특한 모습이다.

 

4. 룩셈부르크(Luxemburg), 대공국의 마지막 생존자

룩셈부르크의 수도 룩셈부르크시 전경

By Dega180, CC0, wikimedia commons.

 

벨기에, 프랑스, 독일에 둘러싸인 룩셈부르크는 약 2,586㎢ 면적에 약 66만 명이 거주한다.

 

이 나라의 기원은 10세기 중세 봉건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19세기 빈 회의(1815)를 통해 공식적인 독립과 대공국 지위를 확보했다. 현재 룩셈부르크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공국(Grand Duchy)'이라는 명칭을 유지하는 국가다.

 

현 군주 앙리 대공은 왕이 아닌 '대공(Grand Duke)'이라는 칭호를 사용하며, 작은 영토에도 불구하고 금융과 IT 분야에서 유럽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결론: 남아 있는 군주제의 변형

오늘날 대부분의 군주국은 왕국이거나 이미 공화국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모나코, 리히텐슈타인, 안도라, 룩셈부르크는 각기 다른 역사와 구조 속에서 '왕 없는 군주제'라는 독특한 체제를 유지한다.

 

이들은 모두 독립 국가이자 유엔 회원국이며, 국가원수가 ''이 아닌 '' 또는 '대공'이라는 점에서 세계정치사의 이색적인 존재로 남아 있다. 작은 나라들이지만 군주제의 다양성과 유럽 귀족 체제의 흔적을 지금도 품고 있는 영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