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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Arab)이란 무엇인가 – 언어, 민족, 그리고 그 이상

Egaldudu 2025. 6. 24. 09:58

러시아 화가 콘스탄틴 마코프스키, 〈낙타와 아랍인〉(1875)

   목차

1. 아랍, 단순한 지역 이름이 아니다
2. 언어로서의 아랍
3. 민족으로서의 아랍
4. 지역으로서의 아랍 세계
5. 아랍과 이슬람, 같은 듯 다른 개념
6. 왜 아랍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가

 

아랍, 단순한 지역 이름이 아니다

'아랍(Arab)'이라는 단어는 뉴스에서도, 세계지도에서도 자주 등장하지만, 그 뜻을 정확히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누군가는 중동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아랍어를, 또 누군가는 이슬람을 연결짓는다. 하지만 '아랍'이라는 개념은 이보다 더 복합적이다.

 

기본적으로 아랍은 언어, 민족, 지역, 문화가 겹치는 거대한 공간과 정체성을 가리킨다. 하지만 그 어느 요소도 단독으로 '아랍'을 완벽히 정의하지 못한다. 아랍이라는 단어가 포괄하는 범위는 그만큼 넓고, 때로는 모순되기도 한다.

 

언어로서의 아랍

아랍을 이야기할 때 가장 핵심이 되는 기준은 언어다. 아랍어는 오늘날 약 25개국 이상에서 공식 언어로 사용된다. 북아프리카에서 아라비아반도에 이르기까지, 국가들은 서로 문화적 차이가 크지만 공통적으로 아랍어를 기반으로 한 언어 생활을 유지한다.

 

다만 일상에서 사용하는 아랍어는 지역마다 방언 차이가 커서, 서로의 말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더라도 공식 문서, 교육, 뉴스 등에서는 통일된 '표준 아랍어(푸스하, الفصحى) '가 쓰인다. 이 언어적 연결이야말로 아랍 세계를 묶는 가장 분명한 실체다.

 

민족으로서의 아랍

아랍을 민족으로 정의하는 시도도 많다. 아랍 민족은 스스로를 '아랍인'으로 인식하고, 아랍어를 모국어로 삼으며, 역사적·문화적 뿌리를 공유한다고 여긴다. 하지만 이 역시 현실은 복잡하다.

 

예를 들어, 북아프리카의 베르베르계 주민, 이집트 내 콥트인, 이라크의 쿠르드족 등은 아랍어를 사용하거나 아랍 문화권에 살지만, 정체성은 반드시 '아랍인'으로 귀속되지 않는다. 반대로 언어·문화적 동화 과정을 거치며 아랍 정체성을 받아들인 집단도 존재한다.

 

결국 아랍 민족은 단일한 혈통 개념보다는, 언어와 문화,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형성된 느슨한 정체성의 집합체에 가깝다.

 

지역으로서의 아랍 세계

왼쪽은 코모도를 제외한 아랍연맹국가들           오른쪽은 MENA(Middle East and North Africa)

 

정치·지리적으로 아랍을 구분할 때 가장 널리 쓰이는 기준은 '아랍연맹(Arab League)'이다. 1945년 창설된 이 국제기구는 현재 22개국을 회원국으로 두고 있다. 이들 국가 대부분은 아프리카 북부와 서아시아, 즉 중동에 걸쳐 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이 지역 구분이 서구적 시각의 '중동'이나 '북아프리카'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국제사회에서는 '중동(Middle East)', '북아프리카(North Africa)', 그리고 이를 합친 'MENA(Middle East and North Africa)'라는 용어가 아랍 세계 구분의 실질적 기준으로 통한다.

 

다만 터키, 이란, 이스라엘처럼 중동에 속하지만 아랍권이 아닌 나라들도 있다는 점을 구분해야 한다. 반대로 북아프리카 국가 중에서도 아랍어권에 속해 아랍 정체성을 갖는 경우가 많다.

 

아랍과 이슬람, 같은 듯 다른 개념

아랍과 이슬람은 종종 혼용되지만 둘은 구분해야 한다. 대부분의 아랍 국가는 이슬람을 주요 종교로 삼는다. 하지만 전 세계 이슬람 인구 중 아랍인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터키, 이란,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등은 아랍어를 사용하지 않지만 이슬람 국가로 분류된다.

 

더불어 아랍권 내부에도 이슬람 외 종교 공동체가 존재한다. 이집트의 콥트교도, 레바논의 마론파 기독교인, 팔레스타인의 드루즈 공동체 등이 그 예다. 따라서 아랍과 이슬람을 동일시하는 것은 불완전한 인식이다.

 

왜 아랍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가

아랍인 소녀와 소년

 

아랍이라는 개념은 현대 국제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중동 분쟁, 에너지 외교, 이슬람 문화 이해, 북아프리카 개발 문제 등 복잡한 글로벌 이슈가 모두 아랍과 연결돼 있다하지만 아랍을 단순히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군, 하나의 문화로 규정하는 순간, 현실의 복합성을 놓치게 된다.

 

아랍은 언어를 공유하지만 문화는 다르고, 정체성은 유동적이며, 정치적 이해관계는 지역마다 판이하다따라서 아랍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언어·민족·지리·정치·문화가 서로 얽히는 구조를 유연하게 바라봐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아랍이라는 단어가 가진 실제 의미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