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이야기

알바트로스(Albatross) – '가장 멀리 나는 새'라는 오해

Egaldudu 2025. 7. 9. 22:27

호주 태즈메이니아주 태즈먼 반도 동쪽 해상에서 비행 중인 흰날개알바트로스 By JJ Harrison - Own work,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끝없는 수평선 위, 커다란 날개를 펴고 바람을 타는 새. 알바트로스(Albatross, Diomedeidae)는 바다를 삶의 무대로 삼고 수년씩 육지를 떠나 살아간다. 그 거대한 날개와 광활한 이동 범위 때문에 흔히 '가장 멀리 나는 새'로 불리지만, 이 표현은 절반의 사실만을 담고 있다.

 

바다 위를 떠도는 삶

알바트로스는 본질적으로 바다의 새다. 대표적인 종인 흰날개알바트로스(Diomedea exulans)는 날개 길이만 3.3미터에 이르고, 평생 대부분의 시간을 해상에서 보낸다. 이들은 상승기류와 파도의 바람을 이용해 거의 날개를 퍼덕이지 않고 바다 위를 활공한다. 어린 알바트로스는 바다로 나선 뒤 번식할 준비가 될 때까지 수년을 바다에서 보낸다. 이 기간 동안 육지를 찾는 일은 거의 없으며, 삶의 대부분이 수면 위와 공중에서 이루어진다.

잠시 바다 위에 떠 있는 알바트로스 (출처: 픽사베이)

 

하지만 이 새 역시 완전한 연속비행을 하는 것은 아니다. 먹이를 사냥하기 위해 바다 위에 내려앉고, 때로는 파도 위를 미끄러지듯 떠다니며 쉰다. 이 점을 간과한 채 '가장 멀리 나는 새'라는 표현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오해가 생긴다.

 

기록을 구분해야 하는 이유

새들의 비행을 논할 때 '가장 멀리 난다'는 표현은 단순하지 않다. 기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새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논스톱 비행 거리만을 기준으로 하면, 큰뒷부리도요 (Bar-tailed Godwit, Limosa lapponica)가 세계기록을 갖고 있다. 이 작은 도요새는 뉴질랜드에서 알래스카까지 약 12,000킬로미터를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날아간다.

 

반면, 생애 전체 이동 거리로 따지면 북극제비갈매기(Arctic Tern, Sterna paradisaea)가 압도적이다. 북극에서 번식을 마친 뒤 남극으로 이동하고, 다시 북극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매년 반복한다. 왕복거리만 약 7만 킬로미터에 이르며, 평균 수명인 30년을 고려하면 평생 이동 거리는 지구와 달 사이를 세 번 넘게 오가는 수준이다.

 

이렇게 각각의 기준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으면, 새들의 이동 능력을 정확히 평가하기 어렵다.

 

알바트로스의 진짜 강점

해안가에 둥지 틀고 앉아 번식기를 보내는 알바트로스들 (출처: 픽사베이)

 

알바트로스는 논스톱 비행 기록이나 생애 전체 이동 거리에서 다른 새들에 비해 특별히 두드러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해상 생활의 극단성은 독보적이다. 대부분의 새들이 육지와 바다를 오가며 살아가는 반면, 알바트로스는 바다 자체를 터전으로 삼는다. 수년씩 바다를 떠돌며 육지를 찾는 일은 오직 번식을 위해서뿐이다.

 

바다 위에서 잠을 자고, 먹이를 찾으며, 대부분의 시간을 공중 또는 수면 위에서 보낸다. 그 과정에서 날개의 잠금 구조를 이용해 에너지 소모 없이 활공을 지속한다는 점은, 이 새가 얼마나 철저히 해양 환경에 적응했는지를 보여준다.

 

오해를 넘어 진짜 모습을 보다

'가장 멀리 나는 새'라는 단순한 표현은 매력적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기준과 맥락을 고려해야만 새들의 진짜 모습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논스톱으로 대양을 가로지르는 큰뒷부리도요, 극지를 오가며 해마다 지구를 횡단하는 북극제비갈매기, 그리고 수년씩 바다 위를 떠도는 알바트로스(Albatross, Diomedeidae)까지, 이들의 삶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이어진다.

 

새들의 이동 능력은 단순 숫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바람과 파도, 지구 전체를 무대로 각자의 방식으로 하늘을 살아가는 그들의 삶 자체가 진정한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