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이야기

비가 오면 새들은 어디로 가나

Egaldudu 2025. 7. 13. 12:25

비가 내리면 우리는 우산을 펴거나, 실내로 피신한다. 그렇다면 하늘을 나는 새들은 어떨까? 비를 맞으며 날 수 있을까, 아니면 따로 피할 곳을 찾아야 할까? 실제로 악천후 속에서 하늘을 날거나 물 위에 떠 있는 물새들을 보기는 쉽지 않다. 이 경우 새들은 어디에 숨어서 강풍과 폭우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걸까?

 

젖지 않는 깃털의 비밀

대부분의 새들은 어느 정도의 비는 무리 없이 견딘다. 그 이유는 깃털 자체에 있다. 많은 조류는 꼬리 부근에 위치한 '기름샘(uropygial gland)'에서 분비되는 유분을 부리로 퍼서 깃털에 고르게 바른다. 이 기름이 일종의 방수 코팅 역할을 하여 깃털이 물을 튕겨내도록 돕는다.

 

그러나 폭우처럼 강한 비가 오면 상황은 달라진다. 깃털이 물에 눅눅하게 젖기 시작하면 체온 조절이 어려워지고, 비행 효율도 급격히 떨어진다. 이럴 때 새들은 처한 환경에 따라 전략적 선택을 한다.

 

첫째, 그대로 버티기

비를 피하지 않고 물 위에 떠 있는 갈매기

 

갈매기, 도요새, 거위와 같은 몇몇 종들은 폭풍우가 몰아칠 때 그냥 그 자리에 가만히 있으면서 날씨가 좋아질 때까지 기다린다. 가능한 경우, 서로 바짝 다가앉아 바람과 비에 최대한 덜 노출되는 자세를 취한다. 새들의 깃털은 실용적이어서 뛰어난 보온 기능을 갖고 있다.

 

흰꼬리수리, 솔개, 말똥가리 같은 대형 맹금류도 비슷하다. 그들은 높은 지대에 조용히 앉아 폭풍우와 궂은 날씨를 묵묵히 견뎌낸다.

 

두 번째, 은신처에 몸을 숨기기

비를 피해 구조물 아래 앉아 있는 서양갈까마귀 ( Coloeus monedula )

 

오리, 회색기러기, 백조 같은 물새들은 강가나 호숫가의 식물 사이로 파고들거나, 바람이 잘 들지 않는 만이나 물가의 동굴 같은 곳에 몸을 숨긴다. 그렇게 안전한 장소에서 비가 그칠 때까지 조용히 머문다.

 

작은 새들도 이와 비슷하다. 폭우가 시작되면 참새나 검은지빠귀처럼 작은 새들은 나무 안쪽 가지, 덤불, 바위 틈 또는 잡목 숲 같은 곳으로 날아가 몸을 숨긴다. 이들은 몸을 둥글게 말고 부리를 등 쪽에 묻은 채 깃털 표면적을 줄이는 자세를 취해, 빗방울이 흘러내리도록 만든다.

 

세 번째, 가능한 한 멀리 피하기

떼지어 날고 있는 유럽칼새들(apus apus)

By Keta - Own work, CC BY-SA 2.5, wikimedia commons.

 

유럽칼새(Apus apus)처럼 악천후 자체를 피해 넓게 멀리 날아 다니는 새들도 있다. 물론 항상 완벽하게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 전략은 꽤 잘 작동한다.

 

그러나 부모들은 버틴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 새들은 새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이 경우 부모 새들은 새끼들이 젖지 않도록 하기 위해 둥지에 계속 머문다. 특히 알을 품고 있는 동안에는 가능한 한 오랫동안 둥지에 앉아 알을 따뜻하게 보호한다.

 

지상에 둥지를 트는 새일 경우, 부모 새들은 비바람에 최대한 덜 노출되기 위해 몸을 납작하게 낮추고 둥지를 덮는다. 물수리(Pandion haliaetus)나 황새(Ciconia boyciana)처럼 둥지가 외부에 거의 노출된 종도 비를 맞으며 묵묵히 자리를 지킨다.

 

결론: 폭우 속이라도 필요하다면

대부분의 새들은 가벼운 비 정도는 잘 견디며 비행에도 큰 지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폭우처럼 강한 비가 내릴 경우, 깃털이 빠르게 젖어 무게가 증가하고, 공기의 흐름도 불안정해져 비행 시 에너지 소모가 크게 늘어난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부분의 조류는 비행을 중단하고 나름의 방식으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린다.

 

다만, 먹이를 구하거나 포식자를 피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는 짧고 낮은 거리로 날아 위험을 피하려는 행동도 관찰된다. 이때 새들은 보통 바람을 등지고 비행 경로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