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이야기

황소는 정말 빨간색에 흥분할까?

Egaldudu 2025. 7. 12. 15:54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빨간 천에 돌진하는 황소, 진실일까?

투우장에서 붉은 천이 펄럭이고, 격분한 황소가 그것을 향해 돌진하는 장면은 대중의 뇌리에 전형적인 투우의 이미지로 깊이 각인되어 있다. 황소가 빨간색을 싫어한다는 생각은 어쩌면 바로 그런 장면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오래된 통념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실제로 황소는 빨간색을 인식하지 못한다.

 

소는 어떤 색을 볼 수 있을까?

소는 인간과 달리 이색성 시각(dichromatic vision)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빨강-초록-파랑의 세 가지 색을 감지할 수 있는 삼색성 시각(trichromatic vision)을 가진 반면, 소는 파랑과 노랑 계열의 빛만 감지할 수 있다.

 

이는 곧, 황소에게 빨간색은 뚜렷한 색으로 인식되지 않으며, 색 대비 없이 흐릿하게 보이거나 무채색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황소는 투우사가 흔드는 천의 색깔이 아니라 그 천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것이다.  

 

분노의 원인은이 아니라 움직임

황소는 본능적으로 민감한 움직임에 반응한다. 특히 눈앞에서 빠르게 흔들리거나 갑작스럽게 방향을 바꾸는 물체는 경계 대상으로 인식된다.

 

투우사의 붉은 천(물레타, muleta)이 공격을 유도하는 데 효과적인 것은 그 색이 아니라, 그것이 만들어내는 움직임 때문이다. 이 천이 하필 빨간색인 이유는 시각적 전통과 관객의 극적 경험을 위한 것이지, 황소를 자극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자연 속의 황소는 무엇에 반응하는가?

사육지나 방목지에서 만나는 황소 역시 자신의 영역에 대한 민감한 방어 반응을 보인다. 이때 상대가 어떤 색을 입고 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위협적인 자세나 갑작스러운 접근, 그리고 자신의 무리나 영역을 침범하려는 움직임은 황소에게 도발로 받아들여진다.

 

위장색 옷을 입었다고 해서 황소의 공격성을 피할 수는 없다. 황소는 시각뿐 아니라 후각과 청각에도 민감하며, 움직임과 거리, 소리의 변화에 따라 반응을 결정한다.

 

결론: 왜곡된 상식

'황소는 빨간색을 싫어한다'는 오해는, 오랜 투우 문화에서 비롯된 시각적 인상과 단순화된 설명을 통해 굳어진 것이다. 투우장에서 붉은 천을 든 사람이 황소의 공격을 받는 장면은 극적이며, 시각적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러나 이 장면을 지배하는 붉은색의 강렬함은 황소의 감각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의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처럼 인간의 관점으로 동물의 행동을 해석할 때, 그 의미는 실제와 크게 어긋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