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uggle is not an option, it's a biological requirement.”
“고군분투는 선택이 아니라, 생물학적 필수 조건이다.” (Daniel Coyle)

익숙한 연습, 그러나 다른 방식
우리는 흔히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거나, "1만 시간의 법칙"처럼 반복의 힘을 강조한다. 하지만 반복이란 과연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까? 같은 시간, 같은 내용을 연습하더라도 사람마다 성과가 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 대한 하나의 과학적 해답이 바로 ‘딥 프랙티스(Deep Practice)’다. 딥 프랙티스란 실수와 불편함을 활용해 신경회로를 강화하는 집중적이고 의도적인 연습 방식을 말한다.
이 개념은 2009년, 다니엘 코일(Daniel Coyle)이 『The Talent Code』에서 처음 대중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단순한 반복이 아닌, 실수를 인식하고 수정하며 의도적으로 깊이 파고드는 연습 방식이다. 이 연습은 자동화된 수행이 아니라, 오류를 중심으로 한 느리고 집중적인 반복을 강조한다. 핵심은 틀린 지점을 알아차리고, 그 원인을 의식적으로 분석하고, 그 과정 자체를 다시 반복함으로써 능력을 정교하게 다듬는 것이다.
뇌를 바꾸는 연습
딥 프랙티스는 심리학적 기법처럼 보이지만, 그 바탕에는 뇌과학이 있다. 반복적인 집중 활동은 뇌 안의 신경회로에 ‘마엘린(myelin)’이라는 절연 물질을 축적시키는데, 이 마엘린이 두꺼워질수록 정보전달이 더 빠르고 정밀해진다. 마엘린은 전기 신호가 누설되지 않고 정확하게 이동하도록 돕는 절연막으로, 특정 회로를 반복 자극할수록 더 많이 쌓이게 된다. 다시 말해, 단순한 노력의 흔적이 아니라, 신경 구조의 물리적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또한 딥 프랙티스는 신경가소성, 즉 뇌가 경험에 따라 구조적으로 변화하는 능력과도 맞닿아 있다. 반복된 오류 수정과 의식적인 연습은 뇌의 특정 회로를 활성화하고 강화한다. 그래서 어느 순간, 그 동작이나 사고가 '자연스럽다'고 느껴질 만큼 정교한 회로망이 만들어진다

연습에도 기술이 있다
딥 프랙티스는 학습의 속도보다 방향을 중시한다. 빠르게 끝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무엇을 수정해야 하는지 인식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서 말하는 방향이란, 속도나 반복 횟수가 아니라 실수를 중심으로 한 문제 해결과 의식적 집중을 뜻한다. 음악가가 어려운 구절을 느리게 끊어 연습하거나, 운동선수가 동작을 하나하나 세분화하여 반복할 때, 그들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의도적 불편함’을 견디며 능력을 재구성하고 있다.
이런 연습은 종종 불쾌하거나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딥 프랙티스가 말하는 진짜 성장은 바로 그 불편한 구간에서 일어난다. 쉬운 구간은 이미 알고 있는 영역이고, 낯설고 어려운 구간에서만 뇌는 새로운 회로를 만든다.
반복의 질이 결과를 결정한다
딥 프랙티스는 노력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노력의 방향과 방식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냥 반복하는 연습과 실수를 중심으로 집중하고 의도적으로 개입하는 연습은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든다. 표면적인 능숙함이 아니라, 내적 구조를 만드는 것이 딥 프랙티스의 목적이다.
결국 딥 프랙티스가 말하는 핵심은 단순히 얼마나 오래 연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의식적으로, 얼마나 깊이 파고들며 반복했느냐이다. 이는 단순한 연습 방식이 아니라, 학습과 성장의 본질을 다시 정의하는 전략적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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