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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라이팅(Gaslighting): 현실 인식을 흔드는 심리 조작의 기술

Egaldudu 2025. 7. 21. 09:53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목차

1. 심리 조작의 기술 
2. 용어의 기원
3. 심리학적 정의
4. 일상 속 가스라이팅
5. 대중문화 속 확산과 남용
6. 가스라이팅의 상흔

 

심리 조작의 기술

가스라이팅(Gaslighting)’은 누군가의 감각과 기억, 감정, 판단을 끊임없이 흔들어 결국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드는 은밀한 정서적 기만의 기술이다. 상대가 말한 사실이 없었다고 단언하고, 감정 반응을 과장이라 치부하며, 현실을 부정하는 말을 반복하는 이 기술은 종종 사랑과 신뢰의 얼굴을 하고 다가온다.

 

가스라이팅은 단순한 거짓말과는 다르다. 그것은 사람의 내면을 서서히 무너뜨리고, 자기 신뢰를 침식시키며, 결국 상대의 현실 인식을 지배하려는 정교한 심리전이다.

 

용어의 기원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라는 용어는 1938년 초연된 연극 《가스등(Gas Light)》에서 유래했다. 이후 이를 영화화한, 잉그리드 버그먼 주연의 1944년 영화 《가스등(Gaslight)》이 인기를 끌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흐려지는 조명, 위층 소리에 불안한 폴라

By Unknown author,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가스라이팅이라는 말은 단순한 문학적 장치를 넘어, 희곡과 영화 모두에서 드러나는 심리적 조작 구조를 가리키는 개념어로 자리 잡았다. 비록 영화 연출에서는 스토리가 다소 달리 전개되지만, 두 작품 모두 남편이 아내의 감각과 기억, 판단을 교묘하게 흔들어 정신병자로 몰아가고, 결국 그녀를 자신에게 종속시키는 과정을 중심에 둔다.

 

심리학적 정의

현대 심리학에서 가스라이팅은 상대방의 기억, 감정, 감각, 현실 인식을 지속적·의도적으로 왜곡하거나 부정하여 자존감과 자기 신뢰를 무너뜨리는 정서적 조작 행위를 말한다. 이는 단순한 논쟁이나 오해가 아니라, 체계적이고 반복적인 심리적 압박이다가스라이팅은 종종 이런 말로 드러난다.

  • 넌 너무 민감해, 늘 예민하게 굴어.
  • 내가 그런 말을 했다고? 그건 네 착각이야.
  • 넌 늘 오해를 해. 좀 이성적으로 생각해 봐.

겉보기엔 사소한 말처럼 들리지만, 이런 표현이 반복되면 상대는 점점 자신의 감각을 의심하게 되고, 결국 가해자의 관점을현실로 받아들이게 된다.

 

일상 속 가스라이팅

가스라이팅은 연인 사이에서,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상사와 부하 간에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권력의 비대칭, 감정적 의존, 고립된 관계일수록 더욱 교묘하게 작동한다.

 

피해자는 자신이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끼지만,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한 채 점차 자신의 판단력을 회의하게 되고, 결국 스스로를문제가 있는 사람이라 여기게 된다. 심한 경우, 가해자의 해석 없이는 현실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게 되는심리적 종속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대중문화 속 확산과 남용

‘Gaslighting’이라는 단어는 2010년대 중반부터 대중적 용어로 부상했다. 여성의 정서적 경험과 젠더 권력의 문제를 설명하는 데 쓰이면서, SNS와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었다. 그 결과 2022, 미국의 사전 출판사 메리엄-웹스터는 이 단어를올해의 단어(Word of the Year)’로 선정했다. 해당 연도에 이 단어의 검색량은 전년도 대비 1,740%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이 용어는 일상적 언쟁이나 감정 표현, 갈등에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며 남용되는 경향도 있다. 단순한 의견 충돌, 기억 착오, 감정적 반응에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를 무분별하게 붙이면, 오히려 그 의미의 정확성을 훼손하게 된다.

 

가스라이팅의 상흔

가스라이팅은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능력인 자기 인식과 현실 감각을 뒤흔드는 조작이다. 피해자는 혼란과 불안, 낮은 자존감을 경험하며, 심할 경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나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회복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으며, 전문적인 상담과 자기 신뢰 회복을 위한 환경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 감정과 기억이틀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 자체가 누군가의 이익을 위한 조작이었음을 인지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가해자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자신의 현실을 되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