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이야기

길조에서 도둑까지, 까치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Egaldudu 2025. 7. 23. 22:12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1. 우리에게는 길조

한국에서 까치(Pica pica)길조. 새해 첫날 까치가 울면 좋은 소식이 오고, 까치집이 생기면 사람이 들어온다고 한다. 까치는반가운 손님’, ‘좋은 징조의 상징이자 교가나 동요에도 등장하는 친숙한 새.

 

도시 공원, 학교 주변, 고압선 철탑 등 어디서나 볼 수 있으며, 흑백 대비의 날렵한 몸과 긴 꼬리, 깍깍대는 울음소리로 쉽게 알아볼 수 있다.

 

2. 유럽에서는 도둑 까치

유럽에서는 까치가 도둑 이미지로 유명하다. 프랑스의 오페라 《도둑 까치(La pie voleuse), 영어의 ‘magpie thief(도둑 까치)’, 독일어의 ‘die diebische Elster(도둑질하는 까치)’ 등은 모두 까치를 반짝이는 물건을 훔쳐 숨기는 새로 묘사한다.

 

그러나 실제로 까치가 보석을 훔친다는 증거는 없다. 오히려 새로운 것에 대한 경계심이 큰 편이며, 그들이 물건(도토리, 곤충, 반짝이는 금속 조각 등)을 숨기는 행동은 대부분 짝짓기와 관련된 선물 의례. 사실을 오해한 상징이 문화 속에서 굳어진 것이다.

 

3. 까치의 지능과 인식

까치는 까마귀과 조류 중에서도 지능이 매우 높다. 거울 속의 자신을 알아보고, 먹이를 숨기고 빼앗는 전략을 구사하며, 짝과 협동해 사냥하거나 포식자를 따돌리는 능력도 갖췄다.

 

이런너무 인간 같은 지능은 오히려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다. 서양 민속에서 까치가불길한 예언자사악한 영혼의 상징으로 여겨진 것도 이러한 낯선 능력에 대한 불안감이 작용한 결과일 수 있다.

 

4. 생태적 특징

사가현 가와소에 오다쿠마에서 전신주 위에 둥지를 틀고 있는 까치

By Pekachu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까치는 까마귀과(Corvidae)에 속하는 중형 조류로, 검은 머리와 등, 흰색 배, 긴 꼬리 깃이 특징이다. 햇빛 아래에서는 깃털이 파랗거나 초록빛으로 금속성 광택을 띠며, 몸길이는 약 45cm, 날개 폭은 약 60cm, 몸무게는 200~250g 정도다.

 

한국에서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으며, 고압선 철탑이나 가로수처럼 열린 공간의 높은 나무에 둥지를 튼다. 이 보금자리는 진흙과 잔가지로 만든 반구형 구조물, 마치 지붕이 있는 방처럼 보인다수명은 보통 12~15년으로, 한 번 짝을 맺으면 그 기간 내내 같은 짝과 함께 번식하고 새끼를 키운다

 

5. 먹이 습성과 생태계 역할

까치는 잡식성이다. 곤충, 열매, 견과류, 음식물 쓰레기까지 무엇이든 먹는다. 때로는 다른 새의 알이나 새끼도 먹는다. 이 때문에 유럽에는 까치가 작은 새들을 멸종시킨다는 오해도 퍼져 있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까치는 생태계에서 균형을 깨지 않는 수준으로 먹이를 취할 뿐, 지속적인 개체군 감소와는 관련이 없다.

 

오히려 도시 생태계에서 까치는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청소부 역할을 하며, 인간 곁에서 나름의 질서를 형성하며 살아간다.

 

6. 마무리하며

까치는 문화권에 따라 상이하게 인식되어 왔다. 한국에서는 오랫동안 길조로 여겨졌고,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도둑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그러나 이러한 상징적 해석은 까치의 생태적 특성이나 실제 행동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는 거리가 있다.

 

실제로 까치는 도시와 농촌 등 다양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서식하며, 높은 지능과 복잡한 사회 구조를 바탕으로 고유한 생존 전략을 지닌 새다. 이런 특성은 까치를 문화적 상징이 아닌, 하나의 생태적 존재로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