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이야기

만지면 움츠러드는 식물, 미모사 푸디카의 비밀

Egaldudu 2025. 8. 8. 00:02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이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

 

손으로 툭 건드리자 반응하는 미모사 프디카

By Hrushikesh - Own work, CC0, wikimedia commons.

 

자연은 때때로 우리에게 놀라운 존재를 보여준다. 식물은 대체로 조용하고 움직이지 않는 생명체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런 고정관념을 흔드는 식물도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만지면 즉각 반응하는 미모사 푸디카(Mimosa pudica).

 

만지면 접히는 잎, 도대체 왜?

미모사 푸디카는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원산의 열대 식물로, 한국에서도 관상용으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모사 푸디카는 콩과(Fabaceae)에 속하는 꽃 피는 초본식물로, 지역이나 환경에 따라 일년생 또는 다년생으로 자란다.

 

이 식물의 가장 놀라운 특징은 잎을 건드리면 금세 접히고, 줄기까지 축 늘어진다는 점이다. 마치 부끄러움을 타는 듯한 이 반응 때문에 한국에서는 '부끄럼풀'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그렇다면 이 반응은 어떤 원리로 일어나는 걸까?

 

물의 흐름으로 움직이는 식물

식물은 근육도, 신경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모사 푸디카는 자극에 매우 빠르게 반응한다. 그 비밀은 세포 안의 물의 이동, 즉 삼투압 작용에 있다.

 

미모사의 잎과 줄기를 지탱하는 세포들은 평소에 물을 가득 머금고 있어 빳빳하게 유지된다. 그런데 외부에서 자극이 가해지면 특정 부위의 세포들이 급격히 물을 배출한다. 물이 빠져나가면서 세포는 힘을 잃고 축 처지며, 그 결과 잎은 안쪽으로 접히고 줄기마저 휘어진다. 몇 분이 지나면 다시 수분을 흡수해 원래 상태로 돌아온다.

통가(Tonga)의 미모사 푸디카(mateloi): 자극 전과 손으로 스친 뒤의 모습

By Tauʻolunga - Own work,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왜 이렇게 진화했을까?

식물은 동물처럼 도망칠 수 없다. 대신 미모사 푸디카는움직임이라는 전략을 선택했다. 잎이 갑자기 접히고 줄기가 축 처지면, 이를 먹으려던 곤충이나 동물은 놀라거나 흥미를 잃고 돌아설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초식동물은 축 늘어진 식물을 이미 상한 것으로 인식해 피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이 움직임은 잎에 앉아 있던 곤충을 떨어뜨리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 이 식물의 반응은 단순한 쇼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정교한 방어 시스템이다.

 

독사에도 대응하는 식물?

흥미롭게도 미모사 푸디카는 움직이는 것 외에도 약리적 가치를 지닌 식물이다. 특히 뿌리 추출물은 단안코브라(monocled cobra)의 독을 중화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물론 이는 실험실 수준의 연구이므로 일반적인 해독제로 사용할 수는 없지만, 식물 하나가 얼마나 다양한 생존 전략과 가능성을 품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다.

 

자연이 준 작은 신비

미모사 푸디카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서 식물도 위협을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움직일 수 없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식물이 얼마나 창의적인 방식으로 진화해 왔는지 잘 드러난다.

 

우리 주변의 작고 평범한 생명체들도 예상보다 복잡한 구조와 섬세한 반응을 드러낸다. 풀 한 포기에도 이처럼, 자연이 만든 흥미로운 메커니즘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