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이야기

음식은 왜 부패하는가

Egaldudu 2025. 8. 5. 18:46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음식은 시간이 지나면 형태가 무너지고, 냄새가 나며, 결국 섭취하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이는 단순한 변질이 아니라 음식의 구성 성분이 화학적·생물학적 과정을 통해 분해되는 결과다. 이러한 분해에는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한다.

 

◎ 식품 분해를 일으키는 두 가지 주요 요인

1. 미생물에 의한 분해

부패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미생물, 특히 박테리아와 곰팡이다. 이들은 음식에 침투해 증식하면서 구조와 맛, 냄새를 변화시킨다.

  • 박테리아
    박테리아는 음식 속의 단백질과 지방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삼는다. 외부로 분비한 효소로 분자를 분해하고 흡수하는 과정에서 카다베린, 푸트레신 같은 아민류가 생성되며, 특유의 악취가 발생한다. 이들은 육안으로 보이지 않고 빠르게 증식하기 때문에, 냄새나 표면 변화가 감지되기 전에도 이미 식중독 위험 수준에 이를 수 있다.
  • 곰팡이
    곰팡이는 전분이나 셀룰로오스처럼 구조가 단단한 탄수화물을 분해하며, 균사(hyphae)라는 실 모양의 구조를 뻗어가며 자란다. 그 끝에서 분비된 효소는 음식 조직을 무르게 만들고, 곰팡이 반점은 수많은 균사가 얽힌 미세한 군집으로 나타난다. 눈에 잘 띄는 특성 덕분에 박테리아보다 상대적으로 피하기 쉬운 경우도 있다.

2. 효소에 의한 자가분해

음식은 외부 미생물이 침투하기 전에도, 내부의 자체 효소 작용으로 분해가 시작될 수 있다. 식물이나 동물의 세포는 생명 활동 중 다양한 효소를 이용하며, 생명 활동이 멈춘 후에도 일부 효소는 일정 시간 동안 활성 상태를 유지하며 조직을 서서히 분해한다.

 

예를 들어, 육류에서는 단백질 분해효소가 작용해 조직이 점차 연해진다. 이 반응은 초기에는 식감을 부드럽게 만드는 숙성 과정으로 활용되기도 하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품질 저하와 부패로 이어질 수 있다.

 

한편, 사과나 바나나에서 흔히 나타나는 갈변 현상은 부패와는 관련이 없다. 이때 작용하는 폴리페놀 산화효소(PPO)는 공기 중 산소와 반응해 색소를 형성하는데, 이는 산화 반응에 의한 색 변화일 뿐, 조직 분해나 미생물 증식과는 무관하다.

 

◎ 수분과 부패 속도

미생물은 수분이 있는 환경에서만 활발히 증식하기 때문에, 수분 함량이 높은 음식일수록 부패 속도가 빠르다. 반대로, 건조하거나 삼투압이 높은 조건에서는 미생물 증식이 억제된다.

 

예를 들어, 소금이나 설탕을 많이 넣은 식품은 미생물의 세포에서 수분을 빼앗아 삼투 스트레스를 유도하며, 이는 생장 저해로 이어진다. 이 원리를 활용한 것이 바로 염장식품, 당절임, 건조 과일과 육류 등이다.

 

실제로 고대 이집트의 무덤에서 발견된 약 5,000년 된 꿀이 여전히 섭취 가능한 상태였던 것도, 꿀이 수분이 거의 없고 당 농도가 높아 미생물이 자라기 어려운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마무리하며

음식의 부패는 단순한 오래됨의 문제가 아니라, 미생물, 효소, 수분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생물학적 분해 과정이다. 이러한 작용은 음식의 구조와 성분을 변화시키고,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섭취 자체가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

 

음식을 안전하게 다루기 위해서는 단순히 '날짜'를 확인하는 것보다, 이러한 변화가 언제,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