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이야기

무화과 껍질 밖과 속, 두 세계 이야기

Egaldudu 2025. 8. 12. 14:20

“이에 그들의 눈이 밝아 자기들의 몸이 벗은 줄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치마를 하였더라.” (창세기 3:7)

남아프리카의 일반 무화과 나무

By Jens-Christian Svenning, CC BY 4.0, wikimedia commons.

 

고대부터 함께한 나무

무화과 나무(Ficus carica)는 뽕나무과에 속하며 서아시아와 지중해가 원산지다. 인류가 재배한 과일나무 가운데 가장 오래된 종류 중 하나로, 고고학적 관점에서 약 6천 년 전부터 재배되었다. 성경, 고대 그리스·로마 문헌, 이집트 벽화에도 무화과는 풍요와 번영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이 나무는 온대·아열대 기후에 적응력이 뛰어나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강한 생명력을 가졌다.

 

잎과 꽃, 그리고 보이지 않는 개화

무화과 나무의 잎은 크고 손바닥 모양이며, 잎사귀에서 나는 독특한 향은 일부 해충을 억제한다.

 

무화과의 꽃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우리가열매라고 부르는 둥근 부분은 사실 시코늄(syconium)이라는 꽃집이 뒤집힌 구조로, 안쪽 벽에 수백 개의 작은 꽃이 빽빽하게 붙어 있다. , 무화과는 열매 속에서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독특한 식물이다.

적갈색 붉은 꽃으로 덮인 안쪽 벽(절단면)

퍼블릭 도메인, wikimedia commons.

 

무화과벌과의 공진화

야생 무화과의 번식은무화과벌이라는 작은 곤충 없이는 불가능하다. 암컷 무화과벌은 오스튤(ostiole)이라 불리는 좁은 입구를 통해 무화과 속으로 들어와 알을 낳는다. 짧은 암술을 가진 꽃에는 알이 들어가 유충이 자라고, 긴 암술의 꽃은 수정돼 씨앗이 된다.

 

수컷은 날개가 없고 무화과 안에서만 살며, 교미 후 암컷이 빠져나갈 통로를 뚫어준다. 통로를 만든 뒤 수컷은 무화과 안에서 생을 마친다. 암컷은 이 통로를 따라 날아나가 다른 무화과로 향하며, 그 과정에서 꽃가루를 옮겨준다. 이 관계는 수천만 년 동안 이어진전속적 동맹이다.

 

재배종 무화과의 차이

오늘날 우리가 마트에서 사는 무화과 대부분은 자화결실(parthenocarpic) 품종으로, 무화과벌 없이도 열매를 맺는다. 이 경우 열매 안에는 벌이 들어갈 공간이 없고, 씨앗도 발아력이 거의 없다.

 

대표적인 재배 품종으로는브라운 터키(Brown Turkey)’, ‘카도타(Kadota)등이 있다. 이 품종들은 꺾꽂이와 접목으로 번식하며, 주로 신선과 또는 가공용으로 사용된다.

 

사람이 먹는 시점의 무화과

 

우리가 먹을 때의 무화과는 완전히 익어 과육이 씨방과 씨앗으로 가득 찬 상태다. 벌이 살던 야생 무화과라도, 익는 과정에서 벌이 죽으면 무화과 속 효소(피신)가 벌의 몸을 완전히 분해해 형태가 남지 않는다. , 먹는 시점에는 벌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영양분만 과육 속에 녹아 있다.

 

문화와 이용

무화과는 고대 이집트에서 신성시됐고, 그리스·로마에서는 부와 다산의 상징이었다. 영양적으로는 식이섬유, 칼슘, 칼륨, 철분,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다.

 

생과는 부드럽고 달콤하며, 말린 무화과는 장기 보관이 가능해 역사적으로 중요한 저장식량이었다. 현대에는 잼, , 디저트, 샐러드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