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이야기

꽃 향기는 어디에서 만들어지고, 무엇으로 이루어질까

Egaldudu 2025. 8. 13. 20:12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꽃 향기는 단순한 ‘좋은 냄새’가 아니다. 식물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정교하게 설계된 화학 신호이며, 그 배후에는 복잡한 생리 작용과 생태적 전략이 숨어 있다.

 

향을 만드는 곳 꽃의 특수 분비샘

꽃의 향기는 꽃잎, 꽃받침, 수술, 그리고 꽃턱에 위치한 특수한 분비샘에서 만들어진다. 이 분비샘은 식물이 생산한 화학 물질을 공기 중으로 방출해 주변으로 퍼뜨린다. 향을 구성하는 물질들은 주로 분자량이 작고 쉽게 휘발하는 화합물로, 공기 중에서 빠르게 확산해 곤충의 후각을 자극한다.

 

향의 성분 휘발성 유기 화합물

꽃 향기는 하나의 단일 물질이 아니라 수십 가지의 휘발성 유기 화합물(Volatile Organic Compounds, VOCs)이 섞여 만들어진다. 알코올, 에스터, 알데하이드, 테르펜 등이 대표적인 성분으로, 각각이 독특한 향을 내며 서로 조합되어 복합적인 향을 형성한다. 이 화합물들은 식물 종마다 다르게 조합되고, 그 비율 또한 개화 시기나 환경 조건에 따라 변한다.

 

곤충별 향 선호와 꽃의 전략

꽃 향기의 궁극적인 목적은 수분을 도와줄 곤충을 불러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곤충의 종류에 따라 선호하는 향은 크게 다르다. 식물은 이 차이를 정교하게 이용해 각 곤충에 맞는맞춤형 향을 낸다.

 

  • 벌이나 나비 같은 작은 곤충은 주로 꽃꿀을 에너지원으로 삼으며, 달콤하고 상쾌한 향에 강하게 끌린다. 이런 향은 꿀이 있다는 신호로 작용하며, 곤충이 멀리서도 꽃을 찾아올 수 있게 돕는다. 라벤더나 감귤꽃 같은 식물은 이러한 곤충을 겨냥해 향을 진화시킨 대표적인 예다.
  • 반면 딱정벌레나 밤나방 같은 큰 곤충은 발효된 과일이나 썩은 식물 조직에서 먹이를 찾는다. 이를 겨냥한 꽃은 퀴퀴하거나 발효된 듯한 냄새를 내며 이는 ‘영양이 풍부한 먹이가 있다는 신호’로 작용한다. 일부 식물은 실제 먹이가 없음에도 이런 냄새를 흉내 내 곤충을 속이고 꽃가루받이를 유도한다.
  • Ÿ그러나 꽃 향기가 항상 유인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향은 초식동물이나 원치 않는 곤충을 멀리하는 방어 수단이 되기도 한다. 악취 성분 중 일부는 항균·항진균 작용을 하여 꽃을 병원성 미생물로부터 보호한다.

향과 생태계의 상호작용

꽃 향기는 곤충과 식물의 오랜 공진화(coevolution) 속에서 다듬어진 생태 신호다. 식물은 향과 색, 형태를 조합해 각기 다른 곤충을 선택적으로 유인하고, 곤충은 향을 통해 먹이와 번식처를 찾는다. 이 정교한 상호작용 덕분에 우리는 계절마다 다양한 향기를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