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이 가능한 곳
만약 눈앞에 있는 섬에 가기만 해도 하루가 바뀐다면 어떨까? 베링 해협 한가운데 있는 다이오미드 제도(Diomede Islands)가 바로 그런 곳이다. 이곳은 불과 약 3.8km 거리를 두고 두 섬이 마주보고 있지만, 시차가 무려 21시간이나 난다. 그래서 큰 다이오미드 섬은 ‘내일의 섬’, 작은 다이오미드 섬은 ‘어제의 섬’이라고 불린다.
두 섬의 위치와 국경
다이오미드 제도는 러시아와 미국 국경 한가운데에 있다.
- 큰 다이오미드(Big Diomede): 러시아령으로 추코트카 자치구 소속. 러시아어로는 라트마노프 섬이라 불린다.
- 작은 다이오미드(Little Diomede): 미국령으로 알래스카 주 소속.
두 섬 사이에는 국경선이 지나고, 동시에 국제 날짜변경선도 통과한다. 그런데 이 날짜변경선이 정확히 24시간 차이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왜 21시간 차이일까
원래 날짜변경선은 24시간 차이를 만들지만, 각 나라가 설정한 시간대(time zone)가 완벽히 날짜변경선과 일치하지 않는다.
- 러시아령 큰 다이오미드: UTC+12
- 미국령 작은 다이오미드: UTC−9
- 시차 계산: +12 − (−9) = 21시간
즉, 실제 날짜변경선 위치와 상관없이 행정구역과 생활권에 맞춘 시간대 때문에 24시간이 아닌 21시간 차이가 생긴다. 미국이 알래스카 서쪽 끝을 위해 굳이 UTC−12를 쓰지 않고, 알래스카 전체를 UTC−9로 통일했기 때문이다. 만약 작은 다이오미드 섬이 UTC−12를 사용했다면 큰 다이오미드와의 시차는 정확히 24시간이 됐을 것이다.
같은 해를 보는 어제와 내일
By Dave Cohoe, CC BY 3.0, wikimedia commons.
다이오미드 제도는 불과 3.8km를 건너는 것만으로 ‘시간여행’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이 짧은 거리를 이동하면 21시간 전이나 뒤로 가게 된다. 시간대를 옮겨도 태양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지만, 달력상 한쪽에서는 ‘어제의 해’, 다른 쪽에서는 ‘내일의 해’를 본다. 이는 지구의 자전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시간 체계에서 비롯된 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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