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이야기

인구 대비 은행이 가장 많은 나라는 어디일까?

Egaldudu 2025. 9. 8. 05:08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은행수의 관점에서 보면 작은 공국 리히텐슈타인과 도시국가 바티칸, 그리고 거대한 중국, 이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세계적 선두에 서 있다.

 

바티칸 시국, 특별한 1위

바티칸은 인구가 약 750명 불과하지만, 단 하나의 은행인 IOR(종교사업을 위한 은행)을 보유한다. 이 때문에 단순 계산만 놓고 보면 바티칸은 세계에서 인구 대비 은행 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다. 그러나 바티칸은 종교와 행정 중심의 도시국가라는 특수한 성격을 지니고 있어, 금융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운영하는 나라와 같은 기준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

 

리히텐슈타인, 실질적 1위

인구 약 4만 명의 작은 공국 리히텐슈타인은 무려 16개의 은행을 가지고 있다. 주민 2,500명당 은행 하나꼴로, 인구 대비 세계 1위다. 이렇게 은행이 많은 이유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리히텐슈타인은 오랫동안 조세피난처(tax haven)로 알려져 왔으며, 낮은 세율과 강력한 은행 비밀주의 덕분에 전 세계의 자산가와 기업들이 자금을 맡겨 왔다. 국제 사회의 압력으로 최근에는 투명성을 강화했지만, 여전히 금융업은 국가 경제의 핵심이자 리히텐슈타인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산업으로 남아 있다.

 

중국, 절대적 1위

비율이 아닌 절대적 숫자로 가장 많은 은행을 가진 나라는 중국이다. 현재 1 5천 개 이상의 은행이 존재하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세계 최대 은행 가운데 하나인 중국공상은행(ICBC)의 지점이다. 하지만 인구가 약 15억 명에 달하기 때문에, 인구 대비 비율로는 리히텐슈타인이나 바티칸에 훨씬 못 미친다.

 

금융과 국가의 정체성

흥미로운 점은, 작은 나라일수록 금융업이 국가 정체성의 일부로 자리 잡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바티칸은 종교적 특수성과 함께 전 세계 교회 자금의 관리라는 임무가 있고, 리히텐슈타인은 국제 금융을 기반으로 경제적 활로를 개척했다. 반대로 중국은 거대한 인구와 내수 시장 덕분에 은행의 절대적 수가 압도적이지만, 이는 비율보다는 규모의 힘을 보여준다.

 

마무리하며

따라서 인구 대비 은행이 가장 많은 나라를 묻는다면, 형식적으로는 바티칸 시국, 실질적으로는 리히텐슈타인이라고 답할 수 있다. 작은 영토와 인구에도 불구하고 금융업을 중심으로 한 이들 나라의 사례는, 경제 구조와 국가 정체성이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단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