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두운 숲속 어딘가, 새들은 나뭇가지 위에서 조용히 잠을 잔다. 비록 우리가 쉽게 볼 수는 없지만, 그들은 떨어지지 않은 채 균형을 유지한다. 이 놀라운 현상은 단순한 균형감각의 결과가 아니라, 새의 독특한 수면 방식과 다리의 생리적 구조가 함께 만들어낸 것이다.
짧고 효율적인 ‘새의 잠’
새는 포유류처럼 깊고 긴 잠을 자지 않는다. 연구에 따르면 새의 REM 수면(급속 안구 운동 수면) 단계는 평균 10초 남짓으로, 포유류의 수 분에 비해 매우 짧다. 대신 새는 하루 동안 여러 차례 짧은 ‘깜빡 수면’을 반복하며 피로를 회복한다.
또한 일부 종은 한쪽 뇌만 잠들게 하는 반구수면(unihemispheric sleep)을 할 수 있다. 이 상태에서는 한쪽 눈은 감고 다른 한쪽은 뜬 채로 휴식을 취한다. 덕분에 새는 한쪽 뇌로 경계를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휴식을 취할 수 있어, 포식자나 외부 위험에 즉각 반응할 수 있다.
즉, 새의 잠은 ‘깊은 휴식’보다는 ‘빠른 회복과 즉각적인 대응’을 위한 적응형 수면이라 할 수 있다.
붙잡은 채 잠든다 – 떨어지지 않는 이유

새가 나뭇가지에서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다리의 해부학적 구조에 있다. 새가 나뭇가지 위에서 몸을 웅크리는 순간, 다리 안쪽의 굽힘힘줄(flexor tendon)이 자동으로 당겨지며 발톱이 가지를 꽉 움켜쥔다. 이때 새의 무릎과 발목이 굽혀지면, 굽힘힘줄이 길어지면서 발가락을 조이는 잠금 장치처럼 작동한다.
이 메커니즘은 새의 체중이 오히려 잠금 효과를 강화하게 만든다. 즉, 새가 더 깊이 웅크릴수록 발톱의 힘이 더 단단해지는 구조다. 반대로 다리를 펴기 전까지는 이 잠금 상태가 풀리지 않는다. 그래서 새가 자는 동안 나뭇가지에서 떨어질 일은 거의 없다.
이 자동 잠금 구조 덕분에 새는 나무 위에서 마치 “붙어 있는 듯이” 잠들 수 있다. 별도의 근육 긴장이나 의식적인 힘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를 거의 쓰지 않고도 안정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
균형과 생존을 위한 진화의 결과
짧고 선택적인 수면과 자동으로 작동하는 발의 잠금 구조는 새가 포식자와 중력의 위험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진화시킨 생존 전략이다.
새는 잠들어 있으면서도 주변을 인식하고, 나뭇가지를 붙잡은 채 안정된 자세로 쉰다. 그들의 수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경계와 생존이 함께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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