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이야기

쇠똥구리(dung beetle), 분변 위에서 만들어낸 생태 전략

Egaldudu 2025. 11. 19. 17:26

 

분변을 먹는 곤충

쇠똥구리는 풍뎅이과(Scarabaeidae)의 곤충으로 초식동물의 분변을 주요 자원으로 삼는다. 초식동물의 배설물에는 소화되지 않은 식물 성분과 미생물, 각종 화합물이 남아 있어 작은 곤충에게는 충분한 영양원이 된다.

 

쇠똥구리는 이 자원을 빠르게 탐지해 접근하고, 필요한 만큼 확보하여 생태계 안에서 독특한 역할을 형성해 왔다. 분변이 흔한 환경에서는 이 자원을 먼저 처리하는 곤충이 생태적 이점을 갖게 되며, 쇠똥구리는 그 구조에 잘 적응한 사례이다.

 

공 모양을 만드는 이유

쇠똥구리가 분변을 굴리는 행동의 핵심은 단순한 이동의 용이성이 아니라, 먹이를 보호하고 저장하려는 목적에 있다. 공처럼 압축된 덩어리는 먹이를 안전한 장소로 옮기기 위한 방식이며, 지상에 그대로 남아 있는 분변보다 경쟁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이 덩어리는 땅속 굴에 저장되며, 외부 동물이나 곤충에게 빼앗길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 저장된 분변은 일정한 조건에서 성체와 유충이 사용할 수 있는 안정적인 먹이 자원이 되고, 이러한 구조가 종의 번식 전략과도 이어진다.

 

번식과 성장의 무대

일부 종에서 분변 공은 산란 장소의 역할까지 한다. 암컷은 공 내부에 알을 낳고, 덩어리 전체가 유충의 먹이가 된다. 부화한 유충은 외부 환경 변화에 거의 노출되지 않은 채 안정적으로 먹이를 섭취하며 성장한다. 쇠똥구리가 분변을 단순한 먹이 이상으로 활용하는 구조가 여기서 드러난다.

 

행동의 다양성

 

모든 쇠똥구리가 공을 굴리는 것은 아니다. 이들의 행동 방식은 세 가지로 나뉜다. 공을 굴려 이동시키는 롤러형, 분변 아래에 굴을 파고 저장하는 터널러형, 분변 더미 위에서 생활하는 정주형이다.

 

성체는 주로 분변 속 액체와 미세한 입자를 섭취하며, 유충은 더 거친 섬유질도 먹을 수 있다. 종에 따라 번식기 외에는 공을 만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방식은 결국 같은 목적, 즉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생태계의 정화자

쇠똥구리가 처리하는 분변의 양은 생태계에서 중요하다. 분변을 빠르게 제거하면 기생충의 확산을 막고, 토양으로 영양분이 돌아가는 속도도 빨라진다. 초식동물이 많은 초원 생태계에서는 특히 이들이 없을 때와 있을 때의 토양 상태가 크게 다르다는 연구도 있다. 작은 곤충이지만 생태계 전체의 순환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는 부분은 크다.

 

문화 속의 상징

아케나텐의 신적 왕권 강화, 소유자에 대한 왕의 후원 보증을 위한 부적 문양

By Anonymous (Egypt),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쇠똥구리는 고대 문화에서 상징적 의미도 지녔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태양이 매일 수평선을 넘어 떠오르는 모습을 쇠똥구리가 공을 굴리는 모습에 비유했다. 그 결과 스카라베 문양은 재생과 보호, 순환의 상징이 되었다. 생태적 습성과 상징적 해석이 겹쳐진 드문 사례다.

 

관찰할 가치가 있는 곤충

쇠똥구리는 일상의 관심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그 행동과 생태적 역할을 보면 매우 정교한 전략을 실행하는 곤충이다. 작은 자원을 기반으로 생태적 지위를 확보하고, 번식까지 연결하는 구조는 단순하지 않다. 분변이라는 흔한 물질을 중심으로 생태계를 정돈하고 새로운 생명을 길러내는 방식은 곤충의 적응력이 얼마나 다양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