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y Korea Heritage Service, , KOGL Type 1, wikimedia commons.
또 하나의 토종견
한국의 토종견을 떠올리면 보통 진돗개나 풍산개를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경주에는 오랫동안 거의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토종견이 있다. 바로 동경이다. 흔히 “경주동경이”라고 불리는 이 개는 짧은 꼬리로 잘 알려져 있으며, 신라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를 가진 것으로 여겨진다.
이름 때문에 일본 도쿄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동경”은 신라 시대 경주의 옛 이름인 동경(東京)에서 유래한 것이다. 말 그대로 “경주 지역의 개”라는 뜻에 가까운 이름이다.
신라의 흔적
동경이가 오래된 토종견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경주 지역에서 발견된 여러 유물 때문이다. 신라 시대 토우와 그림 가운데에는 꼬리가 짧거나 거의 없는 개의 모습이 등장한다. 현재의 동경이와 비슷한 형태다.
물론 오늘날의 동경이가 신라 시대 개와 완전히 동일한 혈통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경주 지역에 짧은 꼬리를 가진 개들이 오랫동안 존재해 왔다는 점은 여러 자료를 통해 확인된다. 경주라는 지역의 역사성과 함께 동경이가 자주 언급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꼬리가 없는 개는 아니다

By Korea Heritage Service – KOGL, Type 1, wikimedia commons.
동경이를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알려진 특징은 짧은 꼬리다. 그래서 흔히 “꼬리 없는 개”라고 소개되곤 한다. 하지만 실제 모습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어떤 개체는 꼬리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짧고, 또 어떤 개체는 짧게 굽은 꼬리를 가지고 있다. 개체에 따라 꼬리 길이에 차이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일반적인 개들보다 꼬리가 짧은 편이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인위적으로 자른 결과가 아니라 선천적인 특징이라는 점이다. 즉 동경이의 꼬리는 품종 안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유전적 특성에 가깝다.
사라져 가던 토종견
한때 동경이는 멸종 직전까지 갔던 개였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국내 토종견 개체 수 자체가 크게 줄어들었고, 이후 외래견이 널리 보급되면서 지역 토종견들은 빠르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동경이 역시 경주 일부 지역에서만 드물게 남아 있는 수준으로 감소했다.
오랫동안 체계적인 혈통 관리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동경이는 한동안 제대로 알려지지 못했고, 토종견으로서의 존재 자체가 희미해질 정도였다.
하지만 이후 경주 지역을 중심으로 복원과 보존 작업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남아 있던 개체들을 조사하고 혈통 연구와 유전자 분석이 이루어졌으며, 동경이는 점차 한국 고유의 토종견으로 다시 주목받게 되었다.
천연기념물이 된 개

By 강형원/Hyungwon Kang - 공유마당, wikimedia commons.
이러한 역사적·생물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동경이는 2012년 천연기념물 제540호로 지정되었다. 공식 명칭은 “경주개 동경”이다. 현재는 “동경이” 또는 “경주동경이”라는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으며, 영어로는 보통 Donggyeongi 또는 Gyeongju Donggyeongi라고 표기한다.
동경이는 단순히 희귀한 개가 아니다. 오랜 시간 한 지역에서 이어져 온 생활사와 한국 토종견의 흔적을 함께 품고 있는 존재에 가깝다. 진돗개처럼 널리 알려진 견종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오랫동안 조용히 살아남은 한국의 토종개라는 인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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