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용어들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뇌의 습관

Egaldudu 2025. 3. 24. 20:21

 

 

 

우리는 대체로 우리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그래서 때때로 거기 없는 것도 본다고 착각한다.

 

(에릭 호퍼, Eric Hoffer)

 

 

1.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는 이유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정보를 마주한다. 뉴스, 댓글, 영상, 대화, 통계.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중에서 유독 ‘내가 믿고 싶은 것’만 눈에 잘 들어온다. 이쯤 되면 세상이 내 생각대로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진실일까, 아니면 내가 만들어낸 착각일까.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 부른다. 이 편향은 생각보다 교묘하고 강력해서 우리가 얼마나 자주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지를  자각조차 못하게 만든다.

 

2. 심리 실험으로 드러난 편향

확증편향이라는 용어는 1960년대, 영국 심리학자 피터 웨이슨(Peter Wason)의 실험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그는 참가자들에게 "2 - 4 - 6"이라는 수열을 보여주고 이 수열이 따르는 규칙을 추측해보라고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짝수 간격으로 증가한다", "2씩 증가한다"는 식으로 가설을 세우고, 이를 뒷받침하는 수열만 제시했다. 하지만 웨이슨이 설정한 진짜 규칙은 단순히 "숫자가 점점 커진다"였다. 사람들은 자신이 세운 가설을 검증하려 하지 않고 그저 '확인'하려는 데만 집중했던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쪽의 정보만 받아들이고,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불편해한다. 확증편향은 단순한 오해나 실수가 아니라 뇌의 기본적인 작동방식이다.

 

알고리즘과 확신의 덫

현대사회에서는 이 편향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SNS 알고리즘은 우리가 자주 클릭하는 정보만 보여주고, 유튜브는 우리가 좋아하는 영상만 계속 추천한다. 결국 우리는 나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 내 의견을 지지해주는 콘텐츠에 둘러싸인 채 살아간다.

 

예를 들어 정치적 견해가 갈리는 상황에서 반대편의 주장은틀렸다고 믿기 위해소비되고, 내 편의 말은더 확실히 믿기 위해반복해서 읽는다. 이런 환경에서는 사실보다확신이 더 힘을 가진다.

 

확증편향은 인간관계나 투자판단 같은 중요한 결정에도 깊숙이 영향을 미친다. 첫인상이 좋았던 사람에겐 그 뒤로도 좋은 면만 보이기 쉽고, 이미 산 부동산에 대해선 긍정적인 뉴스만 찾아보게 된다. 의식하지 않으면 우리는 계속해서 '내가 원하는 세계'만을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확증편향은 피할 수 없더라도 인식할 수는 있다. 가끔은 나와 반대되는 생각을 가진 사람의 말을 들어보고, 익숙하지 않은 정보에도 시간을 들여보는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믿고 있는 것을 잠깐 멈춰서 점검해보는 태도다.

 

생각보다 가까운 확증편향

우리는 늘 확신 속에 살고 싶어 하지만 진실은 의심 속에서 더 자주 얼굴을 드러낸다. 확증편향을 이해한다는 건 내가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의 시작이다.


에릭 호퍼(Eric Hoffer, 1898?–1983)는 미국의 사회철학자이자 사상가다. 정규 교육 없이 독학으로 철학과 역사, 인간 심리에 대한 깊은 통찰을 쌓았으며, 대표 저서 *『진정한 신봉자(The True Believer)(1951)*에서 대중심리와 맹목적 믿음의 본질을 날카롭게 분석했다. 평생을 부두 노동자로 살면서도 인간 내면과 사회의 구조를 꿰뚫는 문장들을 남겨, 오늘날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자주 인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