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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렘(Golem), 부정적 기대가 현실이 될 때

Egaldudu 2025. 3. 24. 14:48

 

수정: Egaldudu / CC BY-SA 3.0

 

 

1. 골렘, 전설 속 진흙 인형의 탄생과 파괴

골렘(Golem)은 히브리어로 "형체 없는 덩어리"를 뜻한다. 유대 전설에 따르면, 골렘은 랍비가 진흙으로 빚어 만든 인공적 존재로, 특정 주문이나 신비한 글자를 통해 생명을 얻는다. 대표적인 이야기는 16세기 프라하의 랍비 뢰브(Rabbi Judah Loew ben Bezalel)가 창조한 골렘 전설이다.

 

랍비 뢰브는 유대 공동체를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골렘을 만들어냈지만, 통제가 어려워지자 결국 골렘을 다시 진흙으로 되돌리는 파괴적 결말을 맞이한다. 이 전설은 인간의 의도와 기대가 통제를 벗어났을 때 나타나는 위험성을 상징한다.

 

2. 유대 신비주의에서 바라본 골렘의 의미, 거쉼 숄렘의 분석

골렘 전설이 서구 사회에 널리 알려진 계기는 유대 신비주의 연구자 거쉼 숄렘(Gershom Scholem)의 저서 『유대 신비주의의 주요 흐름(Major Trends in Jewish Mysticism)(1941)을 통해서였다.

 

숄렘은 골렘 전설을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깊은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맥락에서 분석했다. 그는 골렘을 통해 인간의 창조 욕구, 신과 인간의 관계, 통제되지 않은 힘의 위험성 등 다양한 의미를 제시하며 서구 사회에서 골렘 전설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3. 심리학의 골렘 효과, 부정적 기대의 함정

골렘 이야기는 현대 심리학에서 "골렘 효과(Golem Effect)"라는 용어로 다시 등장했다. 골렘 효과란 타인의 부정적 기대나 믿음이 실제로 그 사람의 행동이나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이 개념은 이스라엘의 심리학자 도브 이든(Dov Eden)이 1990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사용했으며, 골렘 효과는 긍정적 기대가 긍정적 결과를 만드는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의 반대 개념으로 제시되었다.

 

교육 분야에서 교사가 특정 학생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지속하면 실제로 그 학생의 성적이 저하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는 인간의 행동과 결과가 주변 환경과 기대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준다.

 

4. 현대 문화 속의 골렘, 통제할 수 없는 창조물

골렘 전설은 현대에도 영화, 문학, 게임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서 자주 인용되며 상징적 의미를 부여받는다. 특히 최근에는 과학기술과 인공지능(AI)의 발전과 더불어 인간이 창조했지만 통제할 수 없는 존재를 나타내는 비유로 사용된다.

 

대표적인 예로 영화 『프랑켄슈타인』이나 『엑스 마키나(Ex Machina, 2014)』에서 골렘의 주제를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작품들은 골렘 전설이 단지 과거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5. 부정적 기대에서 벗어나는 방법

골렘 전설과 골렘 효과가 전하는 핵심적인 메시지는, 부정적인 믿음과 기대가 실제 상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흐름에서 벗어나려면, 자신과 타인에 대해 보다 긍정적이고 현실적인 시선을 가져보는 태도가 도움이 된다.

 

마음속 기대가 현실에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스스로와 주변을 바라보는 방식에 따뜻함과 신뢰를 담아보는 것도 하나의 방향일 수 있다. 결국 어떤 믿음을 품느냐에 따라 미래의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한번 떠올려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