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이야기

닮은 듯 다른 제비와 칼새

Egaldudu 2025. 4. 18. 01:32

 

By Stuart Price, Pacific Swift, CC BY-SA 2.0, via Wikimedia Commons

제비로 착각하기 쉬운 새

공중을 빠르게 날아다니는 작은 새를 보고 우리는 흔히 제비라고 생각한다. 봄부터 여름까지 지붕 위나 전선 근처를 날며 곤충을 사냥하는 이 새들은 날개가 길고 몸이 가늘며, 민첩한 움직임이 특징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는 제비가 아닌 칼새도 있다.

 

특히 흑꼬리칼새(Apus pacificus)는 한국 전역에서 여름철에 자주 나타나는 여름새다. 외형과 비행 습성이 제비와 매우 비슷해 일반적인 관찰로는 구분이 어렵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칼새를 제비로 착각하곤 한다.

 

전혀 다른 계통의 조류

제비와 칼새는 겉모습은 닮았지만 분류학적으로는 전혀 다른 조류다. 제비는 연작목(Passeriformes)에 속하는 명금류로, 참새와 가까운 친척이다. 칼새는 칼새목(Apodiformes)에 속하며, 벌새와 같은 그룹에 더 가깝다. 유전적으로도 상당히 먼 관계로, 계통수가 갈라진 시점이 오래전이다.

 

외형과 생활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제비는 좌우로 갈라진 긴 꼬리와 짧은 날개를 가지고 있으며, 전선이나 건물에 앉아 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반면 칼새는 꼬리가 짧고 날개가 매우 길며, 지상에 거의 내려오지 않고 대부분의 시간을 공중에서 보낸다. 먹이를 사냥하고, 물을 마시고, 심지어 잠을 자는 것까지 비행 중에 이뤄진다.

 

수렴진화란 무엇인가

이처럼 닮은 모습은 유전적 친연성 때문이 아니다. 생물학자들은 이런 유사성을 수렴진화(convergent evolution)라고 설명한다. 이는 공통 조상이 없는 생물들이 비슷한 환경과 생존 조건에 따라 비슷한 형태나 기능을 가지게 되는 진화 현상이다.

 

공중에서 곤충을 사냥한다는 방식은 특별한 구조적 조건을 요구한다. 길고 가느다란 날개, 유선형 몸체, 벌어진 입과 짧은 부리 같은 요소는 비행 중 곤충을 포획하는 데 최적화된 형태다. 제비와 칼새는 각각 다른 계통에서 진화했지만 이런 기능적 요구에 따라 매우 유사한 외형을 갖게 되었다.

 

자연이 반복하는 구조

수렴진화는 조류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상어(어류)와 돌고래(포유류)는 전혀 다른 분류군에 속하지만 바닷속을 빠르게 유영하며 먹이를 사냥하는 생활방식에 적응하면서 몸의 구조는 놀라울 만큼 유사해졌다. 둘 다 유선형 몸체와 등지느러미, 꼬리지느러미를 갖고 있지만 호흡방식, 체온조절, 뼈 구조 등은 완전히 다르다.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생물학적으로는 무관한 생물이다.

 

아프리카의 유포르비아(Euphorbia)와 아메리카의 선인장(Cactus) 역시 서로 다른 계통이지만 건조한 환경에 적응하며 두꺼운 줄기와 가시, 물 저장 조직을 비슷한 형태로 발달시켰다.

 

이처럼 수렴진화는 생물이 처한 환경이 유사할 때 서로 무관한 생물들 사이에서도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제비와 흡사한 모습을 보이는 흑꼬리칼새도 그런 예 가운데 하나다. 외형과 비행습성이 제비와 비슷해 도심 하늘에서 제비로 오인되기 쉽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칼새가 전선에 앉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칼새는 거의 공중에서만 생활하며 울음소리와 비행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를 알고 관찰하면, 우리가 하늘에서 마주치는 새가 정말 제비인지 다시 한번 살펴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