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달빛처럼 반짝이는 밤바다
이 이미지는 밤바다에 파도가 부서지며 푸르게 반짝이는 장면을 담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일반적으로 ‘바다의 발광(sea sparkle)’이라 불린다. 표면적으로는 달빛의 반사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미세한 해양생물에 의한 생물발광(bioluminescence) 현상이다.
2. 야광충, Noctiluca scintillans
이 발광의 주인공은 야광충(Noctiluca scintillans)이라는 단세포 생물이다. 이 생물은 짧은 편모를 이용해 이동하며 다른 미생물을 잡아먹는 포식성 플랑크톤이다.
야광충은 와편모조류 계통에 속하는 원생생물이며, 껍질이 없고 지름이 약 1mm로 비교적 크기 때문에 조용한 밤 바다에서는 맨눈으로도 이 생물이 빛을 내며 움직이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3. 자극에 반응해 스스로 빛을 낸다
이 생물은 외부자극을 받으면 스스로 빛을 낸다. 파도의 충격, 배의 물살, 혹은 헤엄치는 물고기와의 접촉 같은 물리적 자극에 반응하여 루시페린(luciferin)이라는 발광물질과 루시페레이스(luciferase)라는 효소의 반응을 통해 빛을 방출한다.
이 반응은 열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대부분의 에너지가 빛으로 전환되는 고효율 생물 발광 과정이며, 과학적으로는 산화환원 반응에 의해 이루어진다.
유사한 생물발광 메커니즘은 반딧불이, 해파리, 심해어 등 다양한 생물에서도 발견된다. 야광충의 발광 목적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방어신호, 군집유지, 포식자 회피 등의 가설이 있으나 실험적으로 뒷받침되는 결정적 설명은 없는 상태다.
4. 따뜻한 바다에서 잘 자란다
이 생물은 열대 및 온대 해역 전역에서 관찰되며, 특히 수온이 높고 영양염류가 풍부한 해역에서 대량 증식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름철 기온과 수온이 오른 시기, 바람이 잔잔한 날에 해안가에서 이들의 발광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5. 적조를 일으키기도 한다
야광충은 적조를 유발하는 생물로도 알려져 있다. 다만 독소를 직접 생성하지는 않으며, 증식과정에서 질소나 인 같은 영양염을 소모하거나 다른 플랑크톤을 포식함으로써 생태계에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대량 증식 시 바닷물이 붉게 변하고, 어패류의 폐사 등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아름다운 발광의 이면에는 생태계 교란이라는 문제가 함께 존재한다.
6. 바다의 빛, 생명의 반응
바다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발광현상은 놀라운 시각적 경험일 뿐만 아니라 미시 세계의 생물들이 가진 정교한 생명 메커니즘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 현상은 과학적으로도, 생태적으로도 충분히 탐구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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