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이야기

무당벌레 = 마리아의 벌레 ‒ 이름에 나타난 문화 차이

Egaldudu 2025. 4. 17. 01:04

 

픽사베;이 이미지

 

성모 마리아의 벌레

무당벌레는 영어로 레이디버그(ladybug), 독일어로는 마리엔케퍼(Marienkäfer)라고 불린다. 두 단어 모두 성모 마리아(Virgin Mary)에서 유래한 말이다.

 

중세 유럽의 농민들은 해충 피해를 줄이기 위해 성모 마리아에게 기도했고, 이후 나타난 이 작은 벌레가 해충을 잡아먹자마리아가 보낸 벌레라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이로써 무당벌레는 성스러운 보호자이자, 농작물의 수호자로 여겨지게 된다.

 

가장 잘 알려진 종은 칠성무당벌레(Coccinella septempunctata)로 붉은 날개 위에 일곱 개의 검은 점을 가지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 일곱 점을 성모 마리아의 일곱 가지 고통(Seven Sorrows of Mary)에 빗대어 신성한 상징으로 보기도 했다.


이러한 전설은 곧 <무당벌레 = 행운의 상징>이라는 믿음으로 이어졌고, 오늘날에도 유럽에서는 무당벌레가 복을 가져다주는 곤충으로 널리 인식된다.

 

점이 많을수록 나이가 많다?

이러한 상징이나 전설과는 별개로 무당벌레의 점을 나이로 해석하는 오해도 널리 퍼져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무당벌레의 점은 나이와 무관하며, 각기 다른 종마다 유전적으로 정해진 무늬일 뿐이다.

 

예를 들어, 이점무당벌레는 두 개의 점, 이십이점무당벌레는 노란 배경에 22개의 검은 점을 가진다. 점이 많은 종이 있다고 해서 오래 사는 것도 아니며, 무당벌레는 일반적으로 겨울을 한 번 넘기는 정도로, 1~2년 내외의 수명을 가진 곤충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왜무당벌레라고 부를까?

한국어에서무당벌레라는 이름의 정확한 어원은 알려져 있지 않다. 국립국어원이나 학술자료에서도 별다른 설명은 없다.

 

다만 민간에서는 몇 가지 해석이 전해진다. 가장 흔한 설명은 무당벌레의 선명한 붉은색과 검은 점무늬가 전통 무당의 화려한 의상을 닮았다는 점이다. 또한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해충을 잡아주는 유익한 곤충이라는 점에서 신령한 벌레로 여겨졌을 가능성도 있다.

 

결국무당벌레라는 이름은 화려함, 이로움, 신비로움이라는 민간적 이미지가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작은 벌레 하나, 두 문화의 상상력

서양에서는성모 마리아의 벌레라는 이름이, 한국에서는 무당의 화려한 의상을 닮은 모습 때문에무당벌레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해석이 있다. 전혀 다른 문화권이지만 사람들은 이 작은 곤충에게서 신성과 연결되는 어떤 특별한 느낌을 공통적으로 느꼈던 셈이다.

 

무당벌레는 작고 조용하지만 오래전부터 인간의 상상력 속에서 자연과 인간, 신의 세계를 잇는 존재로 자리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