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이야기

가시박: 땅만 있으면 덮는 식물

Egaldudu 2025. 4. 16. 22:15

 

밤섬의 가시박, 한국, CC BY-SA 2.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109141713

서론

가시박은 현재 전국적으로 확산된 대표적인 생태계 교란식물이다. 환경부는 2013년 이 식물을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하고, 지자체 차원의 제거 작업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빠른 생장 속도와 번식력, 넓은 확산 범위에 비해 실질적인 제어는 여전히 어려운 상태다. 관리되지 않는 공간에서는 이미 자생식물이 고사하고 곤충, 조류 등 다양한 생물군의 서식 환경도 함께 무너지고 있다.

 

1. 북아메리카에서 온 덩굴

가시박은 북아메리카 원산의 덩굴식물로, 박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이다. 학명은 Sicyos angulatus이며, 영어권에서는 burcucumber 또는 wild cucumber로 불린다. 겉모습은 오이와 비슷하지만 덩굴이 거칠고 전체적으로 가시가 많다.

 

우리나라에 1900년대 중반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철로변, 하천 주변, 도로 경계 등 다양한 장소에서 빠르게 번식하며, 다른 자생 식물을 뒤덮고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이로 인해 단순한 외래식물의 범위를 넘어,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침입종으로 간주된다.

 

2. 빠른 생장, 빠른 확산

가시박은 생장 속도가 매우 빠르다. 여름철에는 하루 10~15cm 이상 자라며, 주변 식물이나 구조물에 덩굴손을 감아 오르며 퍼진다.


수직으로 올라가는 힘이 강하고, 옆으로도 넓게 퍼지기 때문에 멀쩡한 나무 한 그루가 며칠 만에 가시박에 완전히 뒤덮이기도 한다.

광합성을 가로막기 때문에 주변 식물들은 금세 시들고, 군락 전체가 말라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철로, 하천변, 공터, 가로수 주변 등 어디든 틈만 있으면 번식한다.

 

3. 번식력과 생존력이 강하다

가시박은 여름이 지나면 수많은 열매를 맺는다. 이 열매는 작고 단단하며, 겉면에 뾰족한 가시가 촘촘하게 나 있다. 사람이나 동물의 몸에 잘 달라붙고, 쉽게 떨어지지 않아 장거리 확산에 유리하다. 또한 종자는 매우 강한 생존력을 지녔다.


몇 년 동안 토양에 묻혀 있다가도 조건이 맞으면 발아하며, 뿌리만 제거한다고 해서 쉽게 없앨 수 없다. 결국 한 해 번식에 실패해도 다음 해에 다시 퍼질 가능성이 크다.

 

4. 단순한 외래종이 아니다

가시박은 단순히 낯선 식물이 아니라, 주변 생태계를 직접적으로 무너뜨리는 교란종이다. 이 식물이 덮인 구역에서는 자생식물이 햇빛을 받지 못하고 고사하며, 식물을 먹는 곤충, 곤충을 먹는 새까지 영향을 받는다.


농경지에 침입할 경우 작물의 수확량이 줄어들고, 덩굴이 기계나 시설물에 엉켜 피해를 주기도 한다. 건조한 가시박 줄기와 열매가 남아 있는 가을~겨울에는 산불 위험도 증가한다.

 

5. 결론

가시박은 빠른 생장과 강한 번식력으로 전국에 확산되었고, 지금도 도심과 농촌을 가리지 않고 퍼지고 있다. 제거작업은 매년 반복되지만 확산을 막기엔 부족한 실정이다. 결과적으로, ‘가시박 천지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