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생물 구조장면은 언제나 사람들의 마음에 강한 울림을 준다. 폐그물에 걸린 돌고래를 구하는 스쿠버다이버, 바다에 표류하던 거북이의 플라스틱 고리를 끊어주는 해양생물학자 등, 이런 영상은 널리 공유되고 칭찬받으며, 인간의 개입이 생명을 살렸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처럼 인간의 손길이 분명히 필요한 순간도 있다. 그러나 생태계의 모든 생명 구조가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야생 조류의 행동은 인간과 다르다
산책 중 우연히 덤불 아래서 삐약거리는 작은 새끼 새를 발견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근처에 둥지가 보인다면 새끼를 다시 올려주는 것이 옳은 일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많은 조류는 완전히 날 수 있기 전에 둥지를 떠난다. 이들은 땅바닥에서 며칠 동안 반쯤 뛰고 반쯤 날며 어미의 보호를 받는다. 울음소리나 움직임은 어미 새에게 강력한 위치 신호가 되며, 어미는 이를 따라가 먹이를 공급한다. 즉, 인간 눈에는 버려진 듯 보이지만 생태적으로는 정상적인 성장과정이다.
조류는 후각보다 시각에 반응한다
흔히 알려진 오해 중 하나는 “사람이 만져서 냄새가 배면 어미가 새끼를 버린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의 조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조류는 인간처럼 시각에 강하게 의존하는 동물이며, 후각은 새끼를 인식하거나 기피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
물론 일부 조류는 번식 초기의 민감한 시기에 방해를 받으면 둥지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미 부화한 새끼가 울며 먹이를 요구하는 상황에서는, 그 자극이 부모에게 매우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단순한 접촉만으로 새끼를 버리는 일은 드물다.
개입이 필요한 상황도 있다
예외는 분명 존재한다. 전신이 솜털로 덮여 있고 피부가 드러나는 정도라면 아직 너무 어린 단계다. 이런 새끼는 스스로 둥지를 떠난 것이 아니라 떨어졌거나, 어미의 돌봄을 받지 못하는 상황일 수 있다.
일부 조류는 기형이 있거나 병든 새끼, 혹은 발달이 현저히 느린 개체를 스스로 양육 대상에서 제외하는 행동을 보인다. 이는 건강한 형제 개체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고, 번식 성공률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런 새끼는 구조하더라도 생존 가능성이 낮으며, 일반인이 직접 돌보는 것도 쉽지 않다.
따라서 구조가 필요한 상황인지, 아니면 자연스러운 과정 중 하나인지를 구별하는 기준이 필요하다.
감정이 아니라 정보로 판단해야 한다
바다에서 폐그물을 제거하는 일과, 땅에서 새끼 새를 다시 둥지에 넣는 일은 전혀 다른 맥락이다. 전자는 명백한 인위적 위협에 대한 인간의 책임 있는 개입이고, 후자는 생태계 내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과정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생명을 대하는 감정 자체가 아니라, 그 상황이 어떤 생태적 맥락 속에 있는지를 이해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조건적인 구조가 아니라, 언제 개입이 필요한지, 언제 지켜보는 것이 옳은지를 구별할 수 있는 판단력과 절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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