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이야기

아보카도(avocado), 멸종에서 살아남은 열매

Egaldudu 2025. 5. 26. 14:02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아보카도는 일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과일이다. 샐러드나 각종 요리에 다양하게 활용되며 널리 소비된다. 그런데 이 열매의 씨앗은 유난히 크다. 자연스럽게 궁금해진다. 이런 구조로 어떻게 종을 이어올 수 있었을까.

 

초기의 아보카도

아보카도(학명 Persea americana)는 최대 20미터까지 자라는 나무로, 녹나무과에 속하는 식물이다. 현재는 주로 멕시코와 중앙아메리카에서 재배되며, 그 기원은 플라이스토세(Pleistocene)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무렵 중남미 지역에는 메가테리움(Megatherium)이라 불리는 코끼리보다 큰 지상성 나무늘보를 비롯해, 마스토돈 등 다양한 대형 동물들이 활보하고 있었다.  따라서 아보카도는 대형 포유류의 먹이 활동을 통해 씨앗이 확산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아보카도 열매를 통째로 삼키고 넓은 지역을 이동하면서 배설을 통해 씨앗을 퍼뜨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상대적으로 큰 아보카도의 씨앗은 이러한 동물들의 소화 과정을 견디는 데 유리했으며, 이로 인해 자연 확산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Renato Lopes, On the Presence of Megatherium cuvier in Southern Brazil, Rev.Bras. Paleontol. 22(1), 2019.

메가테리움 크기 비교, 논문 링크, 이미지 출처(CC BY 4.0)

 

인간에 의한 재배

플라이스토세 말기를 지나며 이 거대 포유류는 대부분 멸종했다. 이유는 기후변화일 수도 있고, 인간의 사냥 때문일 수도 있다. 어찌 되었든 씨앗을 멀리 퍼뜨려주던 동물들이 사라지면서 아보카도는 자연 확산이 많이 제한되었을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타바버라 캠퍼스의 한 연구팀은 온두라스 동굴에서 11,000년 전 아보카도 껍질과 씨앗 흔적을 발견했다. 고대 중앙아메리카인들은 이미 이 열매를 먹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변화는 7,500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인간은 아보카도 나무를 그냥 먹는 수준을 넘어 더 크고, 과육이 많고, 맛있는 품종을 선별하기 시작했다.

 

4,500년 전에는 의도적으로 원하는 나무를 골라 심고, 씨앗이 아닌 접목 등으로 아보카도를복제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곧 완전한 작물화(domestication)를 의미한다.

 

오늘날 아보카도는 '슈퍼푸드'로 불리며 전 세계적으로 소비되는 인기 작물이다. 하지만 그 기원은 멸종한 생물과의 공진화(co-evolution)와 인간의 개입이 없었다면 사라졌을지도 모를 먼 역사에 닿아 있다.


참고: Cañas-Gutiérrez et al. (2023). Pleistocene-dated genomic divergence of avocado trees supports cryptic diversity in the Colombian germplasm.Tree Genetics & Genomes(플라이스토세 시기로 추정되는 아보카도 나무의 유전체 분화는 콜롬비아 유전자원의 잠재적 다양성을 뒷받침한다), 1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