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보카도는 일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과일이다. 샐러드나 각종 요리에 다양하게 활용되며 널리 소비된다. 그런데 이 열매의 씨앗은 유난히 크다. 자연스럽게 궁금해진다. 이런 구조로 어떻게 종을 이어올 수 있었을까.
초기의 아보카도
아보카도(학명 Persea americana)는 최대 20미터까지 자라는 나무로, 녹나무과에 속하는 식물이다. 현재는 주로 멕시코와 중앙아메리카에서 재배되며, 그 기원은 플라이스토세(Pleistocene)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무렵 중남미 지역에는 메가테리움(Megatherium)이라 불리는 코끼리보다 큰 지상성 나무늘보를 비롯해, 마스토돈 등 다양한 대형 동물들이 활보하고 있었다. 따라서 아보카도는 대형 포유류의 먹이 활동을 통해 씨앗이 확산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아보카도 열매를 통째로 삼키고 넓은 지역을 이동하면서 배설을 통해 씨앗을 퍼뜨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상대적으로 큰 아보카도의 씨앗은 이러한 동물들의 소화 과정을 견디는 데 유리했으며, 이로 인해 자연 확산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메가테리움 크기 비교, 논문 링크, 이미지 출처(CC BY 4.0)
인간에 의한 재배
플라이스토세 말기를 지나며 이 거대 포유류는 대부분 멸종했다. 이유는 기후변화일 수도 있고, 인간의 사냥 때문일 수도 있다. 어찌 되었든 씨앗을 멀리 퍼뜨려주던 동물들이 사라지면서 아보카도는 자연 확산이 많이 제한되었을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타바버라 캠퍼스의 한 연구팀은 온두라스 동굴에서 11,000년 전 아보카도 껍질과 씨앗 흔적을 발견했다. 고대 중앙아메리카인들은 이미 이 열매를 먹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변화는 약 7,500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인간은 아보카도 나무를 그냥 먹는 수준을 넘어 더 크고, 과육이 많고, 맛있는 품종을 선별하기 시작했다.
4,500년 전에는 의도적으로 원하는 나무를 골라 심고, 씨앗이 아닌 접목 등으로 아보카도를 “복제”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곧 완전한 작물화(domestication)를 의미한다.
오늘날 아보카도는 '슈퍼푸드'로 불리며 전 세계적으로 소비되는 인기 작물이다. 하지만 그 기원은 멸종한 생물과의 공진화(co-evolution)와 인간의 개입이 없었다면 사라졌을지도 모를 먼 역사에 닿아 있다.
참고: Cañas-Gutiérrez et al. (2023). Pleistocene-dated genomic divergence of avocado trees supports cryptic diversity in the Colombian germplasm.Tree Genetics & Genomes(플라이스토세 시기로 추정되는 아보카도 나무의 유전체 분화는 콜롬비아 유전자원의 잠재적 다양성을 뒷받침한다),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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