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이야기

가장 오래 사는 나무, 브리슬콘 파인(Bristlecone Pine)

Egaldudu 2025. 6. 1. 13:51

돌로마이트 위, '그레이트 베이슨 브리슬콘 파인', 화이트 마운틴의 이니요 국유림 내

By Wilson44691,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목차

1. 단일 개체 생명체로서 최장수
2. 므두셀라(Methuselah): 약 4,850년을 살아온 나무 
3. 어떻게 그렇게 오래 살 수 있을까? 
4. 다른 오래된 생명체와의 비교 
5. 과학적 가치 
6. 마무리하며

 

단일 개체 생명체로서 최장수

미국 캘리포니아 주 동부의 고산지대, 화이트 마운틴(White Mountains)에는 바람과 눈, 강한 자외선을 견디며 수천 년을 살아온 침엽수들이 있다. 이 나무들은 브리슬콘 파인(Bristlecone Pine)이라 불리며, 그중 일부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단일 개체 생명체로 인정받고 있다.

 

므두셀라(Methuselah): 4,850년을 살아온 나무

1950년대 후반, 미국의 생물학자 에드먼드 슐만(Edmund Schulman)은 화이트 마운틴 지역에서 나이테 분석을 통해 기원전 2832년에 발아한 것으로 추정되는 브리슬콘 파인을 확인했다. 이 나무는 4,850년 이상 살아온 단일 개체로 기록되었고, 성경에서 969세를 살았다고 전해지는 인물의 이름을 따 므두셀라(Methuselah)’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나무의 정확한 위치는 훼손 방지를 위해 비공개. 단지, 미국 캘리포니아 주 이니요 카운티(Inyo County)의 화이트 마운틴 지역 내 고도 약 3,000~3,400m 고지대에 있다는 것만 알려져 있다.

이니요 국유림 내, 메투셀라 그로브에 자라는 그레이트 베이슨 브리슬콘 파인

By Oke,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어떻게 그렇게 오래 살 수 있을까?

브리슬콘 파인은 연간 강수량이 300mm 이하인 건조하고 척박한 환경에서 자란다. 이런 조건은 일반 식물에게는 불리하지만, 브리슬콘 파인에게는 오히려 병해충이나 부패균의 활동이 적고, 경쟁 식물도 드문 환경을 제공한다.

 

이 나무는 매우 느리게 성장하며, 목재에는 고농도의 수지가 함유되어 있어 부패에 강하고 외부 자극에도 잘 버틴다. 줄기의 일부만 살아 있는 상태로 수천 년을 유지할 수 있고, 죽은 나뭇가지도 쉽게 분해되지 않아 오랜 시간 형태를 유지한다.

 

다른 오래된 생명체와의 비교

가장 오래된 생명체라는 표현은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브리슬콘 파인은 단일 개체(single organism)로서 수천 년간 생존한 사례로, 지상부와 뿌리가 모두 한 몸체로 연결된 상태로 유지된 가장 오래된 생명체로 인정받는다.

 

이에 비해, 올드 티코(Old Tjikko)는 스웨덴 풀루피옐렛(Fulufjäll) 산에 자생하는 가문비나무로, 9,600년 전에 형성된 동일한 뿌리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상에 드러난 줄기와 가지는 수백 년마다 교체되며 다시 자라는 클론 개체에 해당한다.

스웨덴 풀루피옐 산의 올드 티코(Old Tjikko)

By Karl Brodowsky, CC BY 3.0, wikimedia commons

 

또 다른 사례인 판도(Pando)는 미국 유타 주에 분포하는 아스펜 나무 군락이다. 겉으로는 수천 그루의 나무처럼 보이지만, 모두 하나의 유전자를 공유하는 거대한 클론 군락이다. 학계에서는 그 뿌리 시스템의 나이를 약 9,000년에서 16,000년 사이로 추정하고 있다.

판도 아스펜 그로브, 동일 뿌리시스템을 공유하는 포플러 군락. 피시레이크 국유림.

By J Zapell - Archived source link,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이처럼 브리슬콘 파인의 기록은 지속적으로 생존한 단일 개체로서의 기록이고, 올드 티코와 판도는 복제 생존(clonal longevity)이라는 다른 방식으로 장수를 이어온 예라고 할 수 있다.

 

과학적 가치

브리슬콘 파인은 연륜연대학(dendrochronology)의 대표적 연구 대상이다. 이 나무들의 나이테는 수천 년에 걸친 기후 정보를 품고 있어 고대 기후 분석, 화산 활동 기록, 태양 흑점 주기 등에 대한 정밀한 자료로 활용된다.

 

기후변화를 이해하거나 장기적인 생태계 변화를 추적하는 데 있어 이 나무는 생물학적 '시간 기록 장치'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무리하며

브리슬콘 파인은 단순히 오래된 나무가 아니다. 하나의 개체가 기원전부터 지금까지 살아 있다는 사실은 생명의 회복력과 지구 생태계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다.

 

다른 생명체들이 세대를 거듭하며 시간을 이어가는 동안, 브리슬콘 파인은 변하지 않은 몸으로 기나긴 시간을 통과해 왔다. 우리는 그 존재를 통해 생명이라는 것이 반드시 빠르게 성장하고 변화하는 것만은 아닐 수도 있음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