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 다시 나타난 동물
북아프리카의 사막 자연보호구역에서는 종종 회백색 털과 길게 뻗은 뿔을 가진 동물이 천천히 걸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동물은 한때 완전히 지상에서 사라졌다고 여겨졌던 ‘긴칼뿔오릭스(scimitar-horned oryx)’다.
지금 이 오릭스는 차드의 자연보호구역에 600마리 이상이 살고 있으며, 자연 속에서 번식하며 야생 생활에 적응 중이다. 20세기 말 야생에서 자취를 감춘 뒤, 다시 북아프리카의 햇빛 아래로 돌아온 것이다.
외형부터 전설처럼 생긴 동물
긴칼뿔오릭스는 북아프리카 사막 지대에 서식하던 대형 초식동물이다. 등은 희끄무레한 회백색이고, 목과 가슴에는 옅은 갈색 무늬가 있다. 가장 큰 특징은 머리 뒤쪽으로 길게 휘어진 뿔인데, 이 뿔의 모양이 아라비아 곡검(scimitar)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수컷과 암컷 모두 뿔을 지니며, 뿔의 길이는 1미터에 달한다.
건조한 사막 기후에 잘 적응한 종으로 물을 거의 마시지 않아도 생존할 수 있으며, 뿌리식물, 풀, 관목 등을 먹고 산다. 무리를 지어 이동하며, 광활한 평지에서 먼 거리까지 이동하는 행동 특성을 보인다.
한때는 북아프리카 전역에서 살았다
이 오릭스는 과거 튀니지, 차드, 니제르, 리비아, 알제리 등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들어 잦은 가뭄과 서식지 파괴, 가축과의 먹이 경쟁, 무엇보다 뿔을 노린 밀렵으로 개체 수가 급감했다.
1990년대 이후 야생에서 자취를 감추었고, 2000년에는 IUCN(국제자연보전연맹)에 의해 ‘야생 멸종(Extinct in the Wild)’으로 분류되었다.
보전 노력으로 다시 등장하다
아부다비 환경청(Environment Agency of Abu Dhabi)과 차드 정부는 국제 보전 단체들과 협력해 사육 번식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영국의 Marwell Wildlife를 비롯한 여러 기관이 참여해 사육 개체를 모아 번식시키고, 순차적으로 야생에 재도입하는 노력이 이어졌다.
2021년 12월, 이러한 보전성과를 반영해 IUCN는 긴칼뿔오릭스를 ‘멸종 위기(Endangered)’로 등급을 변경했다. 이는 여전히 보호 대상이지만 야생에서 완전히 사라진 상태는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북아프리카의 사막에서
현재 차드의 와디리메 와디하킴(Ouadi Rimé–Ouadi Achim) 자연보호구역에는 600마리 이상의 긴칼뿔오릭스가 야생에서 살아가고 있다. 또한 일부 개체는 사육 하에서 번식 중이며, 적응력을 평가한 뒤 점차 야생으로 보내지고 있다.
사막의 태양 아래 한때 전설처럼 여겨졌던 이 동물은 지금 다시 현실의 자연 속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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