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쥐라는 이름에 속지 말 것
2. 닮은 점은 외형뿐
3. 뾰족한 이빨과 포식 습성
4. 생물학적 분류부터 다르다
5. 고양이도 구별하는 생물
6. 마무리하며
1. 쥐라는 이름에 속지 말 것
‘땃쥐(shrew)’라는 이름만 보면 누구나 이 동물이 쥐의 일종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크기가 작고 꼬리가 있으며 재빠르게 움직이는 모습까지 더해지면 일반적인 생쥐와 구분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동물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쥐(Mouse)와는 전혀 다른 생물이다.
땃쥐는 뾰족코쥐라고도 불리며, 설치류가 아니다. 이들은 전혀 다른 분류군인 식충목(Eulipotyphla)에 속하며, 고슴도치나 두더지와 더 가까운 친척이다. 형태만 비슷할 뿐 진화 계통, 생리 구조, 행동과 생태적 특성까지 모든 면에서 쥐와 다르다.
2. 닮은 점은 외형뿐
땃쥐와 생쥐의 공통점은 겉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 두 동물 모두 몸집이 작고 짧은 다리와 가는 꼬리를 가지고 있으며, 빠르게 움직이고 단독으로 생활한다. 그러나 공통점은 그뿐이다.
땃쥐는 눈과 귀가 매우 작고, 환경을 인식하는 데 시각보다 후각과 촉각에 훨씬 더 의존한다. 코는 길고 뾰족하게 돌출돼 있으며, 항상 킁킁거리며 냄새를 탐지한다. 먹이를 찾는 데 최적화된 구조다
반면, 쥐는 비교적 큰 눈과 귀를 가지고 있으며, 청각과 시각 중심의 감각체계를 활용한다. 외형은 비슷하지만 감각기관의 발달 방향부터 생존전략까지 완전히 다르다.
3. 뾰족한 이빨과 포식 습성
땃쥐는 보기와 달리 육식성 포식자다. 바늘처럼 뾰족한 이빨을 가지고 있으며, 작은 무척추동물을 사냥해 먹는다. 주된 먹이는 지렁이, 거미, 딱정벌레류, 노래기, 등각류(예: 쥐며느리) 등이며, 일부 종은 타액에 마비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사냥감을 빠르게 무력화시킬 수 있다.
반면, 일반적인 쥐(Mus musculus 등)는 전형적인 잡식성 설치류로 분류된다. 곡물, 씨앗, 과일 같은 식물성 먹이를 주로 먹으며, 간혹 곤충을 보충적으로 섭취한다. 설치류의 앞니는 끊임없이 자라며, 단단한 것을 갉아 자연스럽게 마모된다. 앞니 뒤에는 큰 틈이 있고, 그 뒤쪽 어금니가 실제 씹는 기능을 담당한다.
4. 생물학적 분류부터 다르다
이 둘은 외형보다도 분류학적으로 더 큰 차이를 가진다. 쥐는 햄스터, 다람쥐, 비버 등과 함께 설치류(Rodentia)에 속한다. 이 그룹은 절단형 앞니와 강력한 턱 근육, 초식성에 가까운 식습관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반면, 땃쥐는 식충목(Eulipotyphla) 중에서도 땃쥐과(Soricidae)에 속한다. 이들은 빠른 신진대사, 짧은 수명, 강한 식탐을 특징으로 한다. 특히 땃쥐는 체온과 대사율이 높아, 하루에도 자기 체중에 가까운 양의 먹이를 수차례 섭취해야 생존할 수 있다. 몇 시간만 먹이를 놓쳐도 생명을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5. 고양이도 구별하는 생물
이 둘의 차이는 사람뿐 아니라 다른 동물들도 감지한다. 대표적으로 고양이의 반응은 뚜렷하다. 고양이는 쥐를 잡아 먹이로 삼지만, 땃쥐는 사냥해 놓고도 먹지 않고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땃쥐의 방어성 체취 때문이다. 이 동물은 몸에서 강한 냄새를 풍기는 분비물을 내며, 이 냄새는 고양이와 같은 포식자에게 불쾌한 맛과 거부감을 유발하는 화학물질로 작용한다. 이는 땃쥐가 포식 압력을 회피하기 위해 진화시킨 자기 방어 전략의 일종이다.
6. 마무리하며
땃쥐는 쥐처럼 생겼을 뿐 쥐가 아니다. 겉모습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오해를 받아왔지만 그 생물학적 정체성은 완전히 다르다. 분류, 감각 체계, 먹이 습성, 생태적 역할까지 모든 면에서 ‘쥐’와는 다른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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