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Kimberley Collins,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키위는 야행성인 작은 새로 주간에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위는 뉴질랜드를 상징하는 존재가 되었으며, ‘키위’라는 단어는 뉴질랜드 사람들을 부르는 말로도 쓰인다.
명예로운 포유류, 소리로 전하는 존재감
키위는 날개가 퇴화된, 날지 못하는 새다. 그래서 땅 위를 걸으며 후각에 의존해 먹이를 찾고, 둥근 몸에 짧은 다리로 움직이는 등 포유류와 비슷한 행동을 보인다. 덕분에 키위는 ‘명예 포유류’라는 별명도 얻었다.
키위는 소리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특히 수컷은 “키이-위이, 키이-위이”처럼 들리는 높고 날카로운 울음소리로 영역을 주장하거나 짝을 부른다. 암컷은 이에 비해 낮고 거친 소리를 낸다. 이러한 특유의 울음소리는 어두운 숲 속에서 더욱 인상적으로 들려 온다.
닭만 한 새, 그러나 구조는 다르다
키위의 몸은 둥글고 배처럼 불룩하다. 크기는 닭 정도지만 몸의 구조는 완전히 다르다. 가장 큰 종인 ‘큰점박이키위’의 경우 수컷은 몸길이가 약 45cm, 몸무게는 약 2.2kg이다. 암컷은 몸길이가 50cm에 달하며, 몸무게는 최대 3kg에 육박한다. 이 정도 무게는 작은 오리류와 비슷한 수준이다.
다섯 종의 키위, 그리고 서로 다른 운명
현재까지 알려진 키위는 총 다섯 종이다. 이들 다섯 종은 키위과(Apterygidae)에 속하며, 종마다 크기와 서식지, 개체 수에 따라 보전 상태가 다르다.
작은점박이키위(Apteryx owenii)는 IUCN에서 ‘취약’(Vulnerable) 등급으로 분류된다. 이 종과 오카리토키위(Apteryx rowi)는 개체 수가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반면 큰점박이키위(Apteryx haastii)와 남섬갈색키위(Apteryx australis)는 개체 수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북섬갈색키위(Apteryx mantelli)는 비교적 안정적인 개체 수를 유지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안심할 수는 없다.
줄어드는 이유는 외부의 위협
By Reinhard Dietrich, CC0, wikimedia commons.
오늘날 야생 키위는 약 6만 8천 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키위에게 가장 큰 위협은 외래 포식자들이다. 어린 키위에게는 족제비가 가장 치명적인 적이며, 성체 키위는 개로부터 큰 위협을 받는다. 이 밖에도 고양이나 페럿이 키위를 사냥하고, 쥐와 같은 작은 포유류는 먹이를 둘러싼 경쟁으로 어린 키위의 생존을 어렵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도로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와 개체군 단절, 유전적 다양성 부족 등도 장기적으로 키위를 위협하는 요인들이다.
야생에서의 삶과 식사
키위는 야행성 동물이다. 낮에는 땅속 굴이나 덤불 속에 몸을 숨기고 지내다가 밤이 되면 활동을 시작한다. 서식 환경도 다양한 편이다. 원시림뿐만 아니라 조림지, 덤불, 농지에서도 살며, 심지어 맹그로브 숲이나 모래언덕에서도 발견된다.
키위는 시력이 매우 약한 대신 후각이 뛰어나다. 땅에 떨어진 과일이나 잎도 먹지만 주된 먹이는 흙 속에 숨어 사는 벌레들이다. 키위는 전 세계 새들 중 부리 끝에 콧구멍이 있는 유일한 종이다. 이 긴 부리로 땅을 두드리거나 냄새를 맡아서 흙 속의 벌레와 유충을 찾아낸다.
거대한 알을 낳는 새
By Judi Lapsley Miller, CC BY 4.0, wikimedia commons.
키위는 일부일처제로 짝을 이루어 번식한다. 번식기는 6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로, 먹이가 풍부한 시기에 해당한다. 이 기간 동안 키위는 한 번에 보통 알을 하나만 낳는다. 종에 따라 알을 품어 부화시키는 역할을 수컷이 전담하기도 하고, 암수가 교대로 알을 품기도 한다.
키위는 땅속 굴에 알을 낳고 약 70~80일간 품는다. 갓 부화한 새끼 키위는 약 열흘 동안 배에 붙은 난황 주머니의 영양분으로 생존한다. 그 후에는 곧바로 스스로 먹이를 찾아야 한다. 키위가 성체가 되기까지는 약 3~5년이 걸린다.
키위의 알은 특히 크기로 유명하다. 몸무게 1.7kg인 암컷 키위가 400g이 넘는 알을 낳은 기록도 있다. 이는 어미 체중의 약 25%에 해당한다. 심지어 무게가 500g에 달하는 알이 발견된 사례도 있다. 전 세계 조류를 통틀어 몸무게 대비 가장 큰 알을 낳는 종이 바로 키위다.
보존을 위한 국가적 계획
키위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은 오래전부터 지속되어 왔다. 뉴질랜드 정부는 2018년부터 ‘키위 회복 계획(Kiwi Recovery Plan 2018–2028)’을 시작하여 2030년까지 야생 키위 개체 수를 10만 마리로 늘릴 예정이다.
이 계획에는 서식지 보호, 포식자 통제, 인공 부화 프로젝트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대표적인 예로 Operation Nest Egg가 있다. 이 프로그램은 키위의 알을 수거하여 안전한 환경에서 부화시킨 뒤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키위가 보호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 지역에서 살고 있다. 보존 정책의 성공 여부는 장기적인 관찰과 지속적인 관심에 달려 있다.
마무리하며
키위는 울창한 숲 속에서 조용히 살아간다.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동물이다. 그러나 이 새의 생태는 조류와 포유류의 경계를 넘나들 정도로 독특하며, 뉴질랜드의 생태계와 문화에서 상징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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