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이야기

브루클린 브릿지(Brooklyn Bridge)와 코끼리 점보

Egaldudu 2025. 6. 6. 23:45

1884년 5월, 뉴욕 시민들은 보기 드문 장면을 목격했다. 몸무게 6톤이 넘는 코끼리 점보(Jumbo)를 선두로, 21마리의 코끼리와 17마리의 낙타가 브루클린 다리를 천천히 건넜다.

 

브루클린 브릿지의 탄생과 구조

브루클린 브릿지는 뉴욕의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잇기 위해 건설된 세계 최초의 강철 현수교로, 1869년에 착공되어 1883년에 완공되었다. 총 길이 1,834미터, 중앙 경간은 약 486미터에 달했다.

 

설계자는 독일계 미국인 엔지니어 존 로블링(John A. Roebling)이었지만 그는 공사 초기 부상으로 파상풍에 걸려 사망했고, 그의 아들 워싱턴 로블링(Washington Roebling)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그 역시 감압병으로 병상에 눕게 되자, 현장 감독은 며느리 에밀리 워런 로블링(Emily Warren Roebling)이 맡아 완공을 이끌었다.

 

다리는 5 24일 성대하게 개통되었고, 수천 명이 행진하며 도시의 새 상징을 환영했다. 구조적으로는 중앙에 목재로 된 보행자용 데크가 있고, 그 양쪽 아래에는 차량용 차선 6개가 나란히 배치되어 있다.

 

병목현상으로 인한 압사 사고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다. 개통 6일 뒤인 1883 5 30일 메모리얼 데이 주말에 수천명의 나들이객들이 다리를 가득 메웠다.

 

사고는 사소한 실수에서 비롯되었다. 맨하탄 방면 나무계단을 내려오던 한 중년 여성이 발을 헛딛으며 넘어졌고, 이를 본 다른 한 여성이 다리가 무너진다고 비명을 질렀다. 이어 패닉상황이 펼쳐졌다.

 

놀란 보행자들이 계단쪽으로 몰리며 병목현상이 발생했다. 점점 더 많은 보행자들이 몰리며 아래쪽부터 사람들이 겹겹으로 밀려 쓰러졌다. 그 사고로 12명이 압사하고, 36명이 중상을 입었다.  

 

바넘과 점보의 퍼레이드

이듬해에 서커스 사업가 피니어스 바넘(Phineas T. Barnum)은 홍보를 위해 이색적인 퍼포먼스를 기획했다. 

 

18845 17, 점보라는 이름의 대형 코끼리를 필두로 21마리의 코끼리와 17마리의 낙타가 천천히 브루클린 다리를 건넜다. 수많은 시민들이 그 거대한 동물들이 안전하게 다리를 통과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바넘의 이벤트 덕분에 다리의 안전성에 대한 믿음도 더욱 강화되었다.

브루클린 브릿지 (출처: 픽사베이)

기술을 넘어선 신뢰

브루클린 다리는 강철과 석재로 지어진 견고한 구조물이지만 그 완결성은 결국 시민의 감정 속에서 성취되었다. 그리고 거기엔 무거운 코끼리 발걸음도 한몫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