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용어들

어그로와 노이즈 마케팅

Egaldudu 2025. 6. 21. 21:18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전략

 

들어가며

어그로노이즈 마케팅은 모두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방식이라는 점에서 유사하게 보인다. 하지만 출발점과 맥락은 전혀 다르다. 어그로는 주로 개인이나 콘텐츠 차원에서 감정적 반응을 유도하는 행위이고, 노이즈 마케팅은 브랜드가 화제성과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기획한 전략이다. 이 글에서는 이 두 용어의 의미와 차이를 구체적으로 짚어본다.

 

1. 어그로감정적 반응을 유도하는 디지털 행위

어그로(aggro)는 원래 게임 용어였다. 영어 ‘aggression(공격성)’에서 유래한 이 단어는, MMORPG 같은 다중접속 역할수행 게임에서 사용되었다. 여기서 어그로는 몬스터나 적의 주의를 한 플레이어에게 집중시키는 현상 또는 기술을 의미한다.

 

예컨대탱커역할의 캐릭터가 일부러 적을 도발해 공격을 자신에게 집중시키는 것이 어그로를 끄는 행동이다. 이렇게 하면 딜러나 힐러(공격·회복 역할을 맡은 다른 플레이어)들이 비교적 안전하게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어그로는 팀 전체의 효율과 생존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이 개념은 게임 커뮤니티를 통해 일상 언어로 확장되면서, 현재는 완전히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 온라인에서는어그로타인의 감정을 자극하거나 분란을 일으켜 관심을 끄는 행위를 뜻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의도적으로 선을 넘는 발언, 과장된 유튜브 제목, 불쾌한 댓글 등이 어그로의 대표적 사례다.

 

공통점은 있다. 과거에도 지금도, 핵심은 주의를 자신에게 집중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게임에서는 협력을 위한 수단이었다면, 현대의 어그로는 주목 그 자체가 목적이 되며, 종종 부정적 인식과 함께 소모적으로 작동한다.

 

2. 노이즈 마케팅의도된 논란, 설계된 주목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은 말 그대로 소음을 활용한 마케팅이다. 여기서의소음은 주의를 끄는 논란, 의심, 의외성을 뜻한다. 다시 말해, 일부러 화제가 될 만한 요소를 기획에 포함시켜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노이즈 마케팅은 종종 어그로와 유사한 자극적 요소를 활용한다. 그러나 어그로가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방식이라면, 노이즈 마케팅은 기획되고 조율된 전략적 행동이다. 광고에 이중적인 메시지를 담거나, 불편한 상징을 사용하거나, 예상 밖의 연출을 삽입하는 방식 등은 모두 노이즈를 의도적으로 유발하는 장치들이다.

 

이 전략은 특히 신제품 출시 초기에 강한 화제성을 불러일으키는 데 유효하다. 대중은 논란이 되는 광고를 공유하고, 언론은 이를 기사화하며, 브랜드는 이름을 각인시킨다. 그러나 주목받는다고 해서 모두 성공인 것은 아니다. 논란이 브랜드의 핵심 가치와 충돌하거나 소비자 정서를 해친다면, 그 관심은 곧 비호감으로 전환될 수 있다.

 

따라서 노이즈 마케팅은 논란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브랜드 메시지나 세계관을 강조하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마케팅이 아니라사고로 끝난다.

 

마무리하며

어그로와 노이즈 마케팅은 모두 사람들의 주목을 유도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하지만 어그로는 개인 중심의 감정적 자극이고, 노이즈 마케팅은 브랜드 중심의 전략적 기획이다. 둘 다 디지털 시대에 주목을 얻는 방법이지만, 그 주목이 긍정적인 기억으로 남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단순히 눈길을 끄는 것이 아니라 그 관심을 어떻게 유지하고, 의미 있게 전환하느냐이다. 주목은 시작일 뿐, 설득이 없으면 마케팅은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