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이야기

꽃양배추, 겨울 화단 위의 변형된 잎채소

Egaldudu 2025. 7. 14. 12:05

일본 이바라키현 가미스시에서 촬영된 하보탄(ハボタン)

By 小石川人晃,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식용 채소에서 관상식물로

우리가 겨울 화단에서 흔히 보는 꽃양배추는 이름과 달리 꽃이 아니다. 겹겹이 포개진 잎이 마치 장미처럼 보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일 뿐, 실제로는 개량된 잎채소. 식물학적으로는, 머리 없는 양배추로 분류되며, 일반 양배추와 같은 종에 속한다.

 

이 꽃양배추는 식용을 위한 개량에서 출발한 양배추류 중, 시각적 특성을 강조한 관상용 변종이다. 잎의 중심이 결구되지 않고 펼쳐져 있는 특징은 케일(Kale) 계열과 유사하며, 잎의 색채와 형태가 추운 계절에도 유지된다는 점에서 조경용 식물로 활용된다.

 

야생에서 분화된 채소의 계보

오늘날의 양배추속 식물(Brassica oleracea)은 모두 유럽 대서양 연안의 해안절벽에 자생하던 야생 양배추(wild cabbage, 또는 야생 겨자)에서 비롯되었다. 인류는 이 식물의 생장 부위 중 원하는 특징을 집중 선택하여 다양한 방향으로 개량했고, 그 결과 독립된 품종군들이 생겨났다.

  • 잎을 위해 개량케일(Kale)
  • 꽃을 위해 개량콜리플라워(Cauliflower), 브로콜리(Broccoli)
  • 줄기를 위해 개량콜라비(Kohlrabi)
  • 결구를 위해 개량양배추(Cabbage)

이 외에도 브뤼셀 스프라우트(Brussels sprout)처럼 잎겨드랑이에서 나는 겨자싹을 개량한 품종이나, 로마네스코(Romanesco)처럼 특이한 꽃 구조를 가진 사례도 있다. Brassica oleracea하나의 야생종에서 파생된 작물군으로는 가장 다양한 형태적 변이를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관상용 꽃양배추의 탄생

'나고야 화이트' 꽃양배추 (미국 메릴랜드주 벨츠빌의 Behnke양묘장에서)

by David J. Stang,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관상용 꽃양배추는 20세기 들어 주로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개량된 품종이다. 일본 원예가들은 케일 계열 식물의 변이를 기반으로, 잎의 배열과 색조 대비를 중심으로 선발을 반복했고, 그 결과 장미 모양으로 잎이 겹쳐지는 품종들이 등장했다. 이 품종들은 일본에서 하보탄(葉牡丹, 잎모란)’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겨울철 조경식물로 인기를 끌었다.

 

이후 이 품종들은 해외로 전파되어, 미국과 유럽에서도 기후와 조경 환경에 맞춘 소규모 개량과 상업적 보급이 이루어졌고, 점차 세계 각지로 확산되었다. 초기 개량은 일본이 주도했지만, 세계적 확산에는 미국을 비롯한 여러 지역의 원예산업이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장미형과 깃털형

오늘날 관상용 꽃양배추는 잎의 형태에 따라 크게장미형깃털형으로 구분되곤 한다. 이는 엄밀한 식물학적 분류가 아니라, 조경이나 원예 현장에서의 편의적 구분에 가깝다.

 

장미형은 잎이 둥글고 겹겹이 말리며 중심을 향해 포개지는 형태로, 장미꽃과 비슷한 인상을 준다. 반면에, 깃털형은 잎이 가늘고 갈라져 퍼지는 형태로, 마치 깃털처럼 보인다.

 

같은 품종군 내에서도 생육 환경에 따라 중간 형태를 보이는 경우도 흔하다. 이들은 주로 겨울철 조경용이나 화분식물, 분재 형태로 활용되며, 잎 색은 흰색, 분홍색, 보라색 등을 중심으로 한다.

 

도심 조경용 꽃양배추, 식용은 금물

꽃양배추라는 이름은 아름다운 장미꽃을 연상시키지만, 식물학적으로는 잎의 색소 변화와 배열 구조를 인간이 선택하고 축적한 결과물이다. 기온이 낮을수록 색이 선명해지는 성질은 안토시아닌(pigments)의 계절성 발현과 관련되어 있으며, 이 또한 관상가치의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대부분의 관상용 꽃양배추는 식용도 가능하지만, 식감과 맛은 일반 양배추나 케일보다 떨어져 실제 식용으로 쓰이는 일은 거의 없다. 굳이 맛을 보고 싶다해도 도심 화단의 양배추는 절대 피해야 한다. 재배과정에서 농약이 사용되었거나 토양 중금속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겨울 화단 위의 식물 유전학

꽃양배추는 인간이 식물의 유전적 가능성을 시각적 구조로 조직한 결과물이다. 그것은 하나의 채소에서 출발해, , 형태, 배열까지 조정된 유전적 조형물이며, 동시에 잎을 꽃처럼 보이게 만드는 인지적 전환의 사례이기도 하다.

 

겨울의 공원과 화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식물은, 사실상 근대 원예와 식물개량 기술이 만들어낸 인공적인 풍경의 일부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