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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지수(Misery Index) – 물가도 오르고, 일자리도 없다면?

Egaldudu 2025. 7. 23. 04:41

실업률(노란 선)과 인플레이션율(빨간 선)을 더한 고통지수(파란 영역)의 변화 그래프

By Wikideas1 - Own work, CC0, wikimedia commons.

우리는 매일같이 뉴스를 통해 실업률과 물가 상승률, 경기지표와 같은 수많은 경제 수치를 접한다. 그런데 이 복잡한 수치들을 단 하나의 지표로 요약할 수 있다면 어떨까? 바로 ‘고통지수(Misery Index)’가 그런 역할을 한다.

 

지표 하나로 읽는 체감경제

'고통지수(Misery Index)’는 이름 그대로 경제적고통을 수치화한 지표다. 개념은 단순하다. 실업률과 물가상승률(Inflation Rate)을 더하면 된다. 즉,

 

  고통지수 = 실업률(Unemployment Rate) + 물가상승률(Inflation Rate)

 

처음 이 개념을 제시한 이는 미국의 경제학자 아서 오쿤(Arthur Okun)으로, “국민이 얼마나 힘든 경제상황에 놓여 있는가를 직관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실업은 소득의 문제, 인플레이션은 구매력의 문제다. 둘 다 경제주체에게 중대한 스트레스 요인이고, 이 두 가지가 동시에 높아질수록 사람들의 삶은 더 불안정해진다.

 

물가만 오르거나, 일자리만 부족하거나

고통지수가 의미심장한 이유는 단지 숫자의 합 이상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가령 실업률은 낮지만 물가가 급등하거나, 반대로 물가는 안정적이지만 실업률이 높다면, 고통은 존재하되 양상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두 지표 모두가 치솟는 경우, 우리는 흔히 말하는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오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때 고통지수는 급등하며, 경제정책의 균형이 깨졌음을 경고한다.

 

역사 속의 고통지수

미국에서는 이 지수가 대통령 임기와 함께 분석되곤 한다. 지미 카터 행정부 말기, 이 지수는 20%를 넘어서며 기록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이 시기 인플레이션은 두 자릿수를 기록했고, 고용시장도 좋지 않았다. 경제에 대한 국민의 불만은 그대로 선거 결과로 이어졌다.

 

이후 1980년대 중반부터는 인플레이션 안정과 유가 안정 등으로 지수가 비교적 낮게 유지되었지만, 금융위기 당시 실업률 급등으로 다시 10을 넘기기도 했다.

 

단순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신호

고통지수는 단지 하나의 수치에 불과하지만 경제 전반의 균형이 깨졌을 때 경고음을 울리는 신호로 작용한다.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이라는 두 지표가 동시에 높아질 경우, 그 이면에는 경제정책의 조정 실패나 구조적 불균형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원자재 가격의 급등락,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 노동시장 구조의 변화 등은 고통지수의 구성요소를 흔들 수 있는 주요 변수들이다. 고통지수가 급등한다는 것은 경제의 어느 한 축이 작동하지 않거나, 두 지표가 동시에 악화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단순한 이지만 그 파장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마무리하며

경제지표는 전문가만을 위한 정보가 아니다. 물가가 오르고, 일자리가 불안한 시대에는 그 체감이 고스란히 가계와 개인에게 닿는다. 고통지수는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경제현실을 단순하게, 그러나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도구다.

 

물가와 고용, 그 두 숫자가 말해주는 현실은 때로 그 어떤 통계보다 명확하다. 고통지수는 그 단순함으로, 오늘의 경제를 가장 직관적으로 비추는 거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