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Cyril Adelbert Stebbins,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새들의 발성기관, 시린스(syrinx)
아침 창밖에서 들려오는 새소리는 작고 단순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종마다 정교하게 발달한 울음의 패턴이 담겨 있다. 그런데 이 정교한 소리는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놀랍게도 새들은 우리처럼 후두 (larynx)나 성대를 가지고 있지 않다. 대신 그들은 독특한 발성 기관인 시린스(syrinx)를 통해 소리를 낸다.
시린스는 새의 기도(trachea)와 기관지(bronchus)가 갈라지는 지점, 정확히 폐 바로 위에 자리잡은 작고 정교한 발성 기관이다. 모양은 작은 공 모양의 구조지만, 그 안에는 진동하는 막(membrane)과 이를 조절하는 근육들이 얽혀 있다. 공기가 시린스를 통과하면서 이 막이 진동해 소리가 생성되는데, 이 작고 단순한 구조로 만들어내는 음의 정밀함은 놀라울 정도다.
두 목소리를 동시에 낸다
시린스의 가장 놀라운 점은 바로 좌우 양쪽 기관지에서 각기 다른 소리를 동시에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새는 한 번에 두 개의 음정을 동시에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명금류(songbird)는 저음과 고음을 한꺼번에 불어넣어 풍부한 화성처럼 들리는 소리를 만들어낸다. 인간은 절대 흉내낼 수 없는 구조다.
이런 이중 발성 능력은 짝짓기 구애나 세력 과시에 있어 결정적 도구가 된다. 암컷은 단순히 ‘좋은 노래’가 아니라, ‘둘 이상의 소리를 동시에 내며 호흡도 유지하는’ 고난이도 퍼포먼스를 평가한다.
새들의 음향 공학 – 몸 전체가 악기
시린스에서 생성된 소리는 단지 입으로만 빠져나가지 않는다. 새의 온몸은 하나의 공명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공기주머니(air sacs), 부리, 두개골, 심지어 깃털까지도 공명을 증폭하거나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일부 종은 110데시벨에 달하는 소리를 낼 수 있는데, 이는 전기 드릴 수준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새의 노래는 단순한 울음이 아니라, 선율, 리듬, 구문 구조를 지닌 일종의 ‘언어’와 같다. 같은 종 안에서도 지역마다 노래의 차이가 있으며, 학자들은 이를 “조류 방언(bird dialects)”이라고 부른다.
배우고, 기억하고, 즉흥까지 – 노래하는 두뇌
새의 노래는 종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기본적인 발성 능력과 구조는 유전적으로 결정되며, 구체적인 음형과 구사는 청각적 경험과 반복 학습을 통해 완성된다. 새의 뇌에는 인간의 브로카 영역에 해당하는 HVC(high vocal center)와 RA(robust nucleus of the arcopallium)라는 부위가 존재하며, 이곳에서 노래를 기억하고 연습하며, 심지어 창작도 한다.
결론: 다른 방식의 발성
새의 울음은 인간의 발성과 닮아 보이지만, 그 기원은 전혀 다르다. 시린스는 조류의 해부학적 특성과 함께 발달한 구조로, 포유류의 성대와는 비교할 수 없는 별개의 발성 체계다. 이 기관 덕분에 새들은 각자 고유한 방식으로 소리를 조절하고, 진화 과정에서 복잡한 노래를 발달시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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