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용어들

고요한 유영, 분주한 발짓 ᅳ ‘오리 신드롬(Duck Syndrome)’

Egaldudu 2025. 8. 17. 22:42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겉은 고요하지만, 속은 다르다

잔잔한 연못 위를 미끄러지듯 떠다니는 오리를 떠올려 보자. 물 위에서는 한가롭게 유영하는 듯 보이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끊임없이 발을 움직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 모습에서 유래한 것이 바로오리 신드롬(Duck Syndrome)’이다. 이 용어는 특정 학자가 만들어낸 이론이 아니라, 스탠퍼드 대학 학생들 사이에서 생겨난 은유적 표현이다. 그래서 스탠포드 오리 신드롬이라고도 불린다.

 

외부에는 완벽하고 여유롭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노력으로 버티는 대학생들의 심리를 설명하는 말이다. 이후 언론과 심리학 담론에서 널리 쓰이며 보편적인 사회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가 되었다.

 

압박 속에서 태어난 은유

오리 신드롬은 성과 압박과 완벽주의가 뒤섞여 나타나는 심리적 현상이다. 겉으로는잘 해내는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불안과 고통을 드러내지 않고 성과만 강조한다. 하지만 물 밑에서 안간힘을 쓰듯, 실제로는 끝없는 노력과 불안에 시달린다.

 

이 신드롬은 학업 경쟁이 치열한 대학생들에게서 두드러진다. 하지만 직장인, 프리랜서, 부모 등 사회의 다양한 층위에서도 발견된다. 나는 힘들지 않다라는 가면을 쓰고 성과만 보여주려는 압력이 반복되면, 결국 불안, 우울, 소진(burnout)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대 사회와 SNS의 영향

SNS는 오리 신드롬을 더 부추기는 요소다. 사람들은 화려한 성취나 완벽해 보이는 일상만을 올리고, 고통이나 좌절은 감춘다. 이를 본 다른 사람들은남들은 힘 안 들이고도 잘해내는데 왜 나만 이렇게 힘든가?”라는 생각에 빠지기 쉽다. 이렇게 형성된 왜곡된 비교가 사회적 악순환을 만든다.

 

오리 신드롬이 주는 시사점

오리 신드롬을 없앨 수는 없지만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나의 성과뿐만 아니라 타인의 성과 뒤에도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불필요한 비교에서 조금 더 벗어날 수 있다.

 

심리학에서는 자기 연민(self-compassion) ᅳ 즉, 나 자신의 부족함과 한계를 인정하면서 스스로를 너그럽게 대하는 태도가 오리 신드롬의 압박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마무리하며

오리 신드롬은 단순히 대학생들의 은유가 아니라 현대 사회 전반을 비추는 거울이다. 성과와 완벽함의 이면에는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 부단한 움직임이 숨어 있다. 중요한 것은 겉으로 드러난 모습에만 집착하지 않고, 자신과 타인의 노력, 그리고 그 불완전함까지 함께 바라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