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Unknown author,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물고기에게 부레(swim bladder)는 중요한 기관이다. 부레 안에 기체가 들어 있어 물고기는 이를 통해 몸의 부력을 조절한다. 덕분에 대부분의 경골어류는 힘을 거의 들이지 않고도 원하는 수심에 머물 수 있다.
그런데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 중 하나인 상어에게는 이 기관이 없다. 그렇다면 상어는 어떻게 바다를 누비며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거대한 간, 숨겨진 부력 장치
상어는 부레 대신 간(liver)을 이용한다. 상어의 간은 몸무게의 20~30% 를 차지할 만큼 크며, 내부에는 바닷물보다 가벼운 기름 성분이 가득 들어 있다. 이 지방이 상어 몸을 가볍게 띄워 주는 것이다.
이 간은 단순히 부력을 보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상어가 며칠 동안 먹이를 찾지 못해도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곳에 에너지원이 저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상어의 간은 연료 탱크이자 부력 조절 장치인 셈이다.
끊임없이 헤엄쳐야 하는 이유
하지만 간만으로 상어의 몸을 완전히 뜨게 만들 수는 없다. 간이 어느 정도 기본적인 부력을 제공하지만, 움직임을 멈추면 서서히 가라앉는다. 그래서 상어는 수영하면서 지느러미로 양력(lift)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비행기의 날개가 공기 흐름을 조절해 뜨는 원리와 비슷하다.
또한 상어는 연골성 골격(cartilaginous skeleton)을 가지고 있다. 연골은 뼈보다 훨씬 가볍고 유연해, 상어가 물속에서 더 적은 에너지로 추진력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다.
진화적 선택의 결과
상어에게 부레가 발달하지 않은 데에는 진화적 이유가 있다. 부레는 가스로 채워지기 때문에 수압 변화에 민감하다. 깊은 곳으로 내려가면 부레는 압축되고, 얕은 곳으로 올라오면 팽창한다. 이 때문에 부레를 가진 물고기는 급격한 수심 변화에 취약하다.
반면 상어는 기름이 풍부한 간과 날렵한 체형 덕분에 이러한 제약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덕분에 어떤 상어들은 얕은 산호초부터 수천 미터 깊이의 심해까지 다양한 수심을 오가며 살아갈 수 있다.
상어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흥미롭게도 부레가 없는 물고기는 상어만이 아니다. 상어와 같은 연골어류(Chondrichthyes)인 가오리와 은상어 역시 부레를 갖고 있지 않다. 이들은 모두 간에 지방을 저장하거나 지느러미를 활용해 부력을 유지한다.
반대로, 잉어나 송어처럼 우리가 흔히 아는 대부분의 물고기는 경골어류(Osteichthyes) 에 속하며, 부레를 이용해 수심을 자유롭게 조절한다.
다만 예외도 있다. 심해의 강압 환경에서 사는 물고기들은 부레가 불리하기 때문에 퇴화하거나 사라진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그렌디어(grenadiers) 같은 심해어류나, 해저에서 바닥 생활을 하는 메기·가자미류 일부가 그렇다.
범고래의 식성과 영양성분
상어의 간의 독특한 가치는 바다의 또 다른 지배자인 범고래(orca)의 행동에서도 드러난다. 범고래는 상어를 사냥할 때 간만 먹고 나머지는 버리는 경우가 흔하다. 연구자들은 범고래가 간만 먹는 이유를 지방이 풍부해 효율적인 에너지원이 되기 때문이라고 추정한다.
사람 역시 오래전부터 상어의 간에 주목해 왔다. 상어 간유는 한동안 건강 보조제나 약재로 쓰였고, 지금도 일부는 화장품과 영양제 원료로 활용된다. 상어에게는 생존을 위한 핵심 기관이자, 범고래에게는 에너지 덩어리, 인간에게는 상업적 자원인 셈이다.
마무리하며
상어는 부레가 없지만 거대한 기름 간과 연골 골격, 그리고 끊임없는 수영을 통해 바다의 상위 포식자로 살아남았다. 불편해 보이는 이 적응방식은 사실 4억 5천만 년 동안 상어를 진화적 성공으로 이끈 해법이었다. 부레가 없다는 사실은 약점이 아니라, 환경에 적응하여 형성된 상어만의 완벽한 대응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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