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과 개념
염력, 영어로 텔레키네시스(telekinesis) 또는 사이코키네시스(psychokinesis)는 흔히 정신의 힘으로 물체를 움직이는 능력을 뜻한다. 이 단어는 19세기 말 러시아 심령 연구가 알렉산드르 악사코프(Alexander Aksakof)가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이후 영국 심령연구협회(SPR) 같은 단체들이 테이블이 움직인다거나 물체가 떠오른다는 현상을 조사하면서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20세기의 검증 시도들
염력은 20세기 초반부터 과학적으로 검증하려는 다양한 실험의 대상이 되어 왔다. 1930년대 듀크대학교의 J. B. 라인(J. B. Rhine)은 사람들이 정신력으로 주사위의 결과를 바꿀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수천 번의 실험을 진행했다. 그는 통계적으로 약간의 편향이 관찰된다고 주장했지만, 이후 다른 연구자들은 결과를 재현하지 못했고 실험 설계에도 결함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1969년에는 물리학자 헬무트 슈미트(Helmut Schmidt)가 예지 실험 결과를 발표하면서 염력과 전자식 난수 발생기(RNG)를 활용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그는 방사성 물질의 붕괴처럼 본질적으로 예측이 불가능한 사건을 이용해 난수를 생성하는 장치를 사용했다. 연구의 목적은 인간의 의지가 이러한 난수 생성 과정에 실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있었다.
같은 시기 대중적으로 큰 관심을 끈 사례는 유리 겔러(Uri Geller)의 ‘스푼 벤딩’ 공연이었다. 그는 사람들 앞에서 숟가락을 구부리는 시연으로 초능력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후일 대부분이 마술적 속임수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건은 염력에 대한 대중적 호기심을 키웠으나 과학적 증거를 남기지는 못했다.
1979년부터 2007년까지 운영된 프린스턴 공학 비정상 연구소(Princeton Engineering Anomalies Research, PEAR)에서는 마음이 기계의 무작위성을 바꿀 수 있는지를 28년간 다각도로 연구했다. 그러나 보고된 효과는 극히 미미했고, 다른 연구자들이 재현하지 못했다. 결국 연구소는 2007년에 문을 닫으며 염력 연구의 과학적 한계를 보여주었다.
대중문화 속 염력
과학적으로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염력은 대중문화에서 꾸준히 사랑받아왔다. 스티븐 킹(Stephen King)의 소설 『Carrie』, 영화 스타워즈(Star Wars)의 ‘포스(The Force)’는 염력과 초자연적 힘을 형상화한 대표적 사례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연상호 감독의 영화 <염력>(2018)은 제목 자체가 염력을 가리키며, 평범한 가장이 초능력을 얻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또한 <초능력자>(2010) 같은 작품도 인간의 정신력이 현실에 영향을 미친다는 상상을 스크린 위에 펼쳐 보였다.
이처럼 염력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초능력을 상징하는 대표적 아이콘으로 자리잡아 왔다.
과학적 결론
오늘날까지 염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신뢰할 만한 과학적 증거는 없다. 대부분의 실험은 효과가 너무 작거나 재현되지 못했으며, 보고된 사례들은 사기, 착시, 무의식적 근육 움직임(이데오모터 효과)으로 설명 가능하다. 학계에서는 대체로 염력을 유사과학(pseudoscience) 쪽으로 분류하는 경향을 보인다.
맺음말
염력은 과학적으로는 부정되었지만, 인간이 오래도록 품어온 ‘마음이 물질을 지배할 수 있을까?’라는 상상의 산물로 남아 있다. 비록 현실에서는 증명되지 않았으나, 문화와 예술 속에서는 여전히 매혹적인 이야기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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