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이야기

다리 달린 물고기, 성대(Chelidonichthys spinosus)

Egaldudu 2025. 9. 1. 14:37

성대(Chelidonichthys spinosus)

By Daiju Azuma - Own work, CC BY-SA 2.5, wikimedia commons.

 

바닷속의걷는물고기

물고기에게 다리가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성대과(Triglidae), 일명 갤리넬라(gallinella)라 불리는 물고기들은 마치 다리처럼 보이는 독특한 부속지를 가지고 있다. 사실 이들은 가슴지느러미의 일부 지느러미살(fin ray)이 다리처럼 변형된 것으로, 바닥을 기어 다니거나 모래를 파헤치는 데 쓰인다. 얼핏 기묘해보이지만 이는 생존을 위한 정교한 적응이다.

 

다리의 숨겨진 기능

최근 하버드대학교 니컬러스 벨로노(Nicholas Bellono) 연구팀은 이 다리에 새로운 기능을 밝혀냈다. 북미 해역에 사는 Prionotus carolinus라는 종에서 이 다리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감각 기관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모래 속에 숨어 있는 먹이를 찾아내는 데 사용된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 다리에는 사람의 혀 위 맛봉오리와 비슷한 감각 유두가 빽빽하게 분포한다. 여기에는 맛을 느끼는 수용체와 촉각을 담당하는 신경세포가 함께 존재한다. 실험 결과, 이 물고기들은 모래 속에 묻힌 연체동물이나, 연체동물 추출물·아미노산이 담긴 캡슐까지 찾아낼 수 있었다. 마치 모래 위에서 먹이의을 미리 감지하는 것과 같다.

 

유전자의 존재

연구팀은 이어 이 다리의 형성을 조절하는 유전자 tbx3a도 확인했다. 이 유전자가 발달 과정에서 지느러미 일부를다리로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다 생물의 끝없는 변주

성대의 다리는 물고기가 단순히 헤엄만 치는 존재가 아니라, 환경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바닷속 모래를 기어 다니며 먹이를 찾는 이 작은 다리는 생물 진화의 창의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