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켓에서 쇼핑카트를 끄는 모습은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언뜻 보면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물건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바퀴 달린 바구니에는 고객을 생각한 한 슈퍼마켓 경영자의 아이디어가 깃들어 있다.
고객을 배려한 한 상인의 발상
1930년대 미국, 셀프 서비스 슈퍼마켓이 확산되던 시기였다. 당시 고객들은 손에 든 바구니의 무게 때문에 원하는 만큼 물건을 담지 못하거나, 아이를 돌보며 장을 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이는 슈퍼마켓 경영자 실반 네이선 골드먼(Sylvan Nathan Goldman)이었다. 그는 접이식 의자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의자에 바구니를 얹고, 다리에 바퀴를 달면 어떨까?” 이 단순한 발상이 바로 세계 최초의 쇼핑카트로 이어졌다.
골드먼은 정비공 프레드 영(Fred Young)과 함께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금속 프레임에 네 개의 바퀴를 달고, 두 개의 철사 바구니를 위아래로 쌓아 올린 시제품을 완성했다. 1937년 6월 4일, 그가 운영하던 험티 덤티(Humpty Dumpty) 슈퍼마켓에서 이 새로운 장치가 처음으로 고객들에게 공개되었다.
낯섦에서 익숙함으로
하지만 반응은 기대와 달랐다. 남성들은 “유모차 같다”며 꺼렸고, 여성들 역시 이미 유모차를 끌고 다닌다며 쉽게 호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골드먼은 자신의 고안을 포기하지 않고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다.
그는 모델을 고용해 매장에서 카트를 사용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이후 조금씩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고, 쇼핑카트는 점차 슈퍼마켓의 일상적인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카트의 진화
처음에는 접이식 구조였던 카트가 1940년대 후반, 오를라 E. 왓슨(Orla E. Watson)의 ‘포개어 넣는(nesting)’ 설계로 한층 실용적으로 발전했다. 이후 플라스틱 소재, 아기용 좌석, 가방 걸이, 손잡이 조절 등 다양한 기능이 추가되며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형태로 진화했다.
By US Patent Office,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생활 속의 단순한 혁신
쇼핑카트는 거창한 기술이 아니라 일상의 불편함을 관찰하고 해결한 결과였다. 누구나 한 번쯤 밀어본 그 금속 바구니는 사소한 아이디어 하나가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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