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보리그무스?
배 속에서 들려오는 꼬르륵 소리는 단순한 소음이 아니라 인체의 정교한 생리작용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의학적으로는 ‘보르보리그무스(borborygmus)’라고 불리며, 이 이름은 고대 그리스어의 의성어 보르보뤼제인(borboryzein, 꼬르륵거리다)에서 유래했다.
연동운동의 작용
위와 장은 비어 있을 때도 쉬지 않는다. 평활근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내부를 정리하는 과정이 계속 이어지는데, 이를 연동운동(peristalsis)이라 한다. 이때 공기와 소화액이 함께 이동하면서 특유의 울림 소리가 발생한다. 음식물이 없을수록 완충 작용이 줄어들어 소리는 더욱 선명하게 들린다.
호르몬이 만드는 배고픔 신호
배고픔은 단순한 감각이 아니라 호르몬 반응의 결과다. 위에서 분비되는 ‘배고픔 호르몬’ 그렐린(ghrelin)은 혈액을 타고 뇌에 도달해 식욕을 자극하며, 동시에 위장의 연동운동을 강화한다.
위 속의 공기와 소화액이 더 활발히 움직이면서 소리가 커지고, 위가 비어 있을 때는 이 소리가 완충되지 않고 직접 들리게 된다.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포만 호르몬’ 렙틴(leptin)과 달리, 그렐린은 먹어야 한다는 신호를 내보내며 꼬르륵 소리의 주된 배경이 된다.
배고프지 않은 경우에도
꼬르륵 소리가 난다고 해서 반드시 배가 고픈 것은 아니다. 연동운동은 소화기관의 기본적인 기능으로, 음식물 이동뿐 아니라 장내 가스와 대변을 이동시키는 역할도 한다. 따라서 식사 직후나 배고프지 않은 상황에서도 같은 소리가 들릴 수 있다.
꼬르륵은 건강의 신호
배 속의 꼬르륵 소리는 인체가 끊임없이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위와 장은 공복 상태에서도 활발히 움직이며, 호르몬의 조절을 받아 다음 식사를 준비한다. 따라서 꼬르륵 소리는 단순한 허기의 표시가 아니라 건강한 소화 시스템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신호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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