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on Sullivan,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날갯짓이 아닌 가슴의 움직임
벌의 윙윙거림은 단순히 날개가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아니다. 벌은 새나 박쥐처럼 날개에 직접 연결된 근육이 없다. 대신 날개는 가슴(thorax) 내부의 간접 비행근(indirect flight muscles)에 의해 움직인다. 이 근육들은 가슴벽, 특히 등판(dorsal wall)에 붙어 있으며, 수축할 때마다 가슴의 형태를 바꾸어 날개를 ‘튕겨’ 올린다.
근육이 만드는 진동의 리듬
먼저, 등배근(dorso-ventral muscle)이 수축하면 가슴의 윗벽이 아래로 잡아당겨진다. 벽이 움푹 들어가면서 위쪽으로 연결된 날개가 위로 젖혀진다. 이후 등세로근(dorsal-longitudinal muscles)이 길이 방향으로 수축하면, 가슴이 앞뒤로 압축되고 윗벽이 다시 튀어 올라오며 날개가 아래로 내려간다.
이 복잡한 움직임은 마치 옛날 문방구에서 팔던 ‘똑딱이 매미’를 닮았다. 가슴을 누르면 얇은 금속판이 순간적으로 휘어지며 ‘딸깍’ 소리를 내고, 곧바로 제자리로 돌아오던 그 장난감처럼, 벌의 가슴벽도 근육이 수축할 때 순간적으로 찌그러졌다가 탄성 복원력으로 다시 튀어오르며 진동한다.
윙윙거림의 정체
이 진동이 초당 약 190회 반복되면, 가슴벽의 ‘딸깍–복원’ 소리가 연속되어 우리가 듣는 윙윙거림(buzz)이 된다. 즉, 벌의 윙윙거림은 단순한 날갯짓의 부산음이 아니라, 가슴벽이 빠르게 진동하며 만들어내는 생리적 소리다.
진동으로 꽃가루를 꺼내는 수분자
By USGS,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토마토의 야생 근연종을 수분시키는 곤충인 알로칸드레나 포르테리(Alocandrena porteri)는 이 진동 구조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꽃 위에 앉은 뒤, 날개 근육을 이용해 진동을 일으키며 토마토 꽃을 흔든다. 이 식물들은 꽃가루를 가느다란 관 모양의 꽃밥(anther) 안에 숨겨두고 있는데, 특정한 주파수의 진동이 가해질 때만 꽃가루를 내보내도록 진화했다. 이 과정은 마치 소금통을 흔들어 소금을 꺼내는 것과 비슷하다.
꽃가루는 진동에 의해 밖으로 나오며 벌의 털 많은 몸에 묻는다. 벌은 앞다리와 가운데 다리를 이용해 몸에 묻은 꽃가루를 모아 뒷다리의 빽빽한 털(scopa)에 붙인 뒤 둥지로 가져간다. 이 과정을 ‘버즈 폴리네이션(buzz pollination)’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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